한계 상황에 닥친 주유소에 대한 재정적 지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주유소 공제조합 설립 방안을 의결했다.
당초 이 법안은 지난 2012년 12월 국회 이현재 의원이 석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데서 출발했는데 최초 발의법안에서는 폐업 주유소 등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적인 재정 지원 방안이 담겨져 있었다.

경쟁에 밀려 폐업하려 해도 환경부담금, 시설물 철거, 주유탱크 정화 등의 비용으로 한 업소당 2억원 가량의 철거비용이 필요한데 자본력이 없는 주유소는 폐업을 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상황과 경영난으로 휴업하는 주유소 중 일부가 휴업상태에서 가맹점 코드를 무허가 석유판매업자에게 양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화물차 유가보조금 부정수급 등의 불법행위나 가짜 석유 저장소 등으로 악용되고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폐업지원자금의 융자알선, 신용보증지원, 대체사업 주선 등에 나서도록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타 업종과의 형평성 논란에 발목이 잡혔는데 특정 업종 사업자의 폐업에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그 수정안으로 주유소 사업자들이 정부의 인가를 받아 공제조합을 설립하고 조합원의 출자․출연금 등으로 조성한 재원으로 전업․폐업 지원사업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석유사업법에 마련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또한 그 과정에서 정부가 공제조합의 재원조성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담겼다.
한해 평균 3∼400 곳이 넘는 주유소가 경쟁에 밀려 휴업하고 각종 위험물을 담긴 저장탱크 등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토양과 지하수 등을 오염시킬 우려가 높고 미관상 흉물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업 등에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정부 정책 기조의 일관성은 필요해 보인다.

국회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의 적정 개수는 7000~8000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를 크게 초과한 1만 2700여 곳이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어 상당수 주유소들은 경영난으로 휴업 또는 폐업의 위기에 내몰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주유소에 대한 구조조정과 정부가 주유소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알뜰주유소는 오히려 일부 부실하고 영세한 주유소의 활로를 열어 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장 논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알뜰주유소의 수가 이미 1000곳을 넘고 있지만 당초 정부가 추진했던 의도와는 달리 서울 등 대도시내 진입은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 등을 중심으로 알뜰주유소가 몰려 있는 것인데 알뜰주유소 정책 관계자들 조차 ‘알뜰에 대한 다양한 정부 지원과 홍보 등으로 한계 주유소들이 살아 남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할 정도다.
한쪽에서는 문을 닫는 주유소가 늘어나며 환경 오염 등을 유발한다고 정부 차원의 출구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정부는 파격적인 재정 지원 등을 통해 알뜰주유소를 보급하고 구조조정을 막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특정 업종의 시장 퇴출 재원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맞지만 이미 포화상태인 석유유통시장에 정부가 보증하는 알뜰 브랜드를 양성하고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석유 소비 정체와 포화 상태로 심각한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려 있는 주유소 업계에 정부가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러운 출구 전략을 마련해주는 것이 심각하게 고민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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