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회초리 문화가 있다.
자식이 잘못하면 부모가 회초리를 들어 따금하게 혼내고, 제자가 잘못하면 스승이 회초리를 들었다.

정부와 공공기관 사이에도 회초리 문화가 있다.
인사권과 경영평가가 정부의 회초리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사업을 잘하고 있는지, 부정은 없는지 등을 감시하고 잘못이 발견되면 회초리를 휘두른다.

그런데 회초리를 들 수 있는 사람한테는 조건이 붙는다.
과연 자신은 그 문제로부터 청렴결백한가 이다. 회초리를 든 사람이 부정하다면 맞는 사람은 억울해서 잘못을 뉘우치기는 오히려 대들 것이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꿔놓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첫 회초리 타깃으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잡은 듯하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으로 공공기관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윤상직 장관은 개혁이 미진한 기관의 장은 사표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기관 노조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복지 축소 요구에 대해 노조는 복지의 상향평준이 선진화 추세라며 맞서고 있다.

노조의 더 큰 불만은 뒤에서 호박씨를 까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의 태도에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매우 심각한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고 있다.
한국가스기술공사가 대표적이다. 사장, 감사, 기술본부장이 모두 가스분야에 전혀 경험이 없는 비전문 낙하산으로 이뤄졌는데, 여기에 공석인 경영지원본부장마저 새누리당 의원 보좌관 출신 인사를 지난 21일 임시주총에서 임명했다.

특히 이 후보는 첫번째 역량평가에서 점수 미달로 탈락했는데도 재평가를 받게해 결국 임명을 강행했다.
현지형 노조지부장은 분노를 넘어 “이런 현실이 서글프다”고 허탈해 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탓할 수 없다.
약속한 대로 청와대와 정부부터 공명정대한 인사를 해야 공공기관의 방만경영도 바로 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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