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담합 나쁘지만 건설 ‘갑’ 횡포도 바로 잡혀야
보일러 담합 나쁘지만 건설 ‘갑’ 횡포도 바로 잡혀야
  • 김신 기자
  • 승인 2014.02.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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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이나 수작’
‘짬짜미’에 대한 풀이말이다.
담합과 같은 의미인 짬짜미는 자유경제시장에서 가장 나쁜 경제 행위중 하나다.
시장 경제 주체들끼리 미리 약속해 입찰에서 순위를 정해 나눠 먹거나 시장 공급 가격을 조정하는 행위는 국가 또는 소비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사기 행위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최근 보일러제작사들이 특판 시장에서 담합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대표 보일러 제작사들은 지난 2005년 중반 이후 ‘특우회’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건설회사에 납품되는 보일러 입찰 과정에서 낙찰자와 투찰가격 등을 협의해 결정해 왔다.
이들 보일러를 사용한 건설 소비자들은 담합의 댓가만큼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속사정이 안타깝다.

국내 보일러 시장은 연간 100만대 시장 규모를 정점으로 정체되는 양상을 보여 오고 있다.
아파트 건설 경기 위축과 지역난방 보급 확대 등의 여파로 위축되는 개별난방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 보일러 제작사들은 효율이 높은 콘덴싱 보일러 개발이나 해외 시장 개척 등에 사활을 걸어 왔다.

그 결과 보일러사들이 내놓은 제품들은 모두 소비효율 1등급을 달성하고 있고 콘덴싱 보일러 본고장인 유럽은 물론 미국, 호주 등 전 세계 판로를 개척하며 수출 공신으로 부상중이다.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일러 제작사들의 수출액은 총 1억1571만불을 기록해 그 전년 대비 22%의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내수 시장 특히 건설사가 주도하는 특판 시장에서 보일러 제작사들의 위상은 땅바닥을 기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건설 경기 위축 속에 건설회사들이 보일러 제작사들의 과열 경쟁을 부추겨 왔고 보일러 제작사들은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제조 원가 이하의 최저 단가로 뛰어 들며 출혈 경쟁을 마다 하지 않아 왔는데 그 과정에서 아예 특판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가 생겨 났을 정도였다.

보일러사에 따르면 소비자 가격이 60만원 대인 제품이 특판 시장에서는 15만대에 납품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고효율 콘덴싱 보일러를 개발했지만 일반 보일러에 비해 높은 가격 때문에 시장이 외면했고 특판시장에서 건설사들은 정체기에 접어든 보일러 산업의 한계를 파고 들어 출혈적인 경쟁 방식을 강요해 온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담합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다만 건설회사와 보일러 제작사간 갑과 을의 논리에서 보일러 업체들이 최소한의 제 값은 받고 경쟁할 수 있는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외면받아서는 안된다.

세계 시장에서 품질과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 보일러 산업이 더 큰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 시장에서 그들이 정당하게 인정받고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

보일러사들이 다시는 담합 같은 반 시장적인 행태를 벌이지 못하도록 철저한 감시가 이뤄지는 동시에 특판시장에서 건설사들이 우월적인 갑의 지위를 남용해 불합리한 입찰 방식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