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부실, 정부는 자유로운가?
공공기관 부실, 정부는 자유로운가?
  • 김신 기자
  • 승인 2014.02.1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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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기관 경영정상화의 일환으로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공기업의 과다한 부채가 정부 탓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건전성 제고 과제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 부채의 상당부분은 정부 사업을 대행하거나 공공요금 설정에 개입하면서 원가 이하 가격을 결정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2년말 기준 295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493조원으로 같은 기간 국가 채무인 446조 보다 1.1배가 많다.
2008년과 비교해도 1.7배나 뛰었다.
공공기관 부채는 일부 기관 쏠림 현상이 큰데 주요 12개 기관의 부채만 412조원에 달하고 있다.
또한 유감스럽게도 12개 주요 기관은 한전,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이 다수 차지하고 있다.

한전은 2008년 이후 현재까지 6년 연속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이자를 갚기 위해 빚을 내야하는 악순환이 연속되고 있는데 다른 공공기관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기관의 경영 부실은 방만한 경영과 과도한 밥그릇 챙기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최상위급 연봉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고용 세급, 과도한 휴직 급여 및 교육비·퇴직금·경조비 등의 지원 사례를 듣다 보면 공공기관의 주인인 국민들이 화가 날 정도다.
정부가 칼을 들어 공공기관 경영 정상화를 다그치며 강도 높은 자구책을 주문하는 것에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싶다.

하지만 공공기관 부실의 또 다른 측면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공공기관 자녀들에게 고용이 세습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을 그간 방관한데서 정부는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전기나 가스 등 공공재 요금을 관리하면서 원가 이하의 수준을 유지하고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펼친 것 역시 공공기관의 과다 부채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오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부채 이자 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공공기관들이 적지 않지만 정부가 그 부채를 담보하면서 설마 공기업이 망하겠느냐는 느슨한 의식 역시 정부가 제공해 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회 조차 공공기관 부채의 책임이 정부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고 강도 높은 정상화 노력을 요구받는 공기업 노조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최근 38개 공공기관들이 부채감축 및 지출비를 줄이는 정상화 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했는데 노조측은 사측과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수용을 거부하고 강력 대응 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진을 낙하산 인사를 주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한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경영정상화 수단으로 부채 감축에 매달리다 보니 에너지 공기업들의 경우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의 매각이나 축소 방침도 내놓고 있는데 과연 옳은 판단인가 알 수 없다.

해외 자원 매각에 나선 석유공사는 일부 언론이 구체적인 매물을 보도하면서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해 헐값 매각에 따른 국부유출의 우려가 있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은 분명히 감시되고 차단돼야 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을 감독하고 관리하는 주체인 정부 스스로가 떳떳해야 말 발이 먹힐 수 있는데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보니 여기 저기서 반발이나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정부의 칼날이 단순히 부채 규모를 줄이는 숫자 놀음에서 끝나지 않고 공공기관이 혁신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되 소신있게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 정부의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공기관 부실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스스로의 반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