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그린히트, 급할수록 돌아가야
수도권 그린히트, 급할수록 돌아가야
  • 김신 편집국장
  • 승인 2014.01.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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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나 제철소 등에서 생산되는 미이용 열에너지를 광역 열배관망을 통해 수요가에 공급한다는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가 연일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업의 수행 주체인 지역난방공사가 제시한 타당성 연구 자료가 기초적인 통계부터 왜곡됐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고 국가 에너지 정책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정부가 사회적 공감대 형성 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밀어붙이려 한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지역난방공사가 안진회계법인에 의뢰해 도출된 연구 용역 결과에서는 활용 가능한 미이용열을 연간 1137Gcal로 추산했는데 이중 상당 물량이 이미 다른 곳에 사용하기로 계약이 체결된 상태로 알려져 있다.
난방 열은 기본적으로 동절기 사용이 전제가 되는데 하절기 사용 물량도 미이용열에 포함시켜 경제성을 과대 포장하는 오류도 범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중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국책사업을 사업 추진 주체의 일방적인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사회적 여론 형성 과정 없이 확정지으려 한다는 대목이다.
실제로 정부가 최근 확정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이미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를 암시하는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에기본에는 ‘수도권 열네트워크를 건설하고 통합운영센터를 구축해 기존 사업자의 원가 경쟁력을 높여 보다 저가의 난방열을 소비자에 제공’한다는 사업 계획이 명시되어 있다.
버려지거나 이용하지 않는 열을 활용해 난방에너지로 사용한다는 취지에 어느 누구도 토를 달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사업 추진 주체가 표현하는데로 정말 ‘폐열’이나 ‘미이용열’을 사용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미이용열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발전소 등을 일부러 가동해야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적어도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라면 수도권 그린 히트 사업이 타 에너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하게 분석돼야 한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에너지 분야 교수는 ‘수도권 열 네트워크가 구축될 경우 석유, 가스, 신재생에너지 등 타 에너지산업에 끼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전체적인 사회적 편익을 검토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사업 추진 주체가 의뢰한 일방적인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밀어 붙이려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1조원 가까운 자금이 투자되는 사업이고 네트워크 사업의 특성상 일단 배관망 건설 작업에 착수하면 중단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사업 추진 시점을 1~2년 늦추더라도 충분한 타당성 검토와 공감대 형성 작업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전 정권이 무리하게 추진한 4대강 사업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행보는 이미 사업을 확정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역난방공사는 수도권그린히트사업 추진을 전제로 전담 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업부는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실무기획 추진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에너지기본계획에 관련 사업 추진을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이용열을 난방에너지 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미루고 종합적이고 면밀한 사업 검토 없이 무리하게 강행되다가는 ‘정권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지금은 정부의 평정심과 느긋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