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대리점, 최소한의 자격 요건 가늠할 수 있어야
석유대리점, 최소한의 자격 요건 가늠할 수 있어야
  • 김신 기자
  • 승인 2014.01.2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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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대리점은 석유도매 역할을 담당하는 사업자다.
정유사 등 최상위 공급자와 소매 사업자인 주유소간 중간 유통을 담당하는 역할인데 그 수가 너무 많다.
석유대리점 사업자 단체인 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정부에 등록된 석유대리점은 617곳에 달한다.
같은 기간 소매 사업자인 주유소가 1만2803곳이었던 감안하면 대리점 한 곳 당 담당할 수 있는 주유소는 20곳에 불과하다.

석유대리점 업계의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도 있다.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석유정보망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말 기준 전국적으로 528곳의 비정유사 계열 대리점이 영업중이다.
당시 등록 석유대리점 617곳 중 정유사 계열은 14.4%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정유사 계열로 나타난 것이다.
도매사업자인 석유대리점은 기본적으로 최상위 공급자인 정유사나 석유수입사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유통시켜야 하는데 정작 86%에 달하는 석유대리점은 정유사 계열이 아닌 셈이다.

석유수입사로부터 석유를 공급받을 수도 있지만 실제 활동중인 수입사는 10 여곳에 불과하고 내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도 미미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비정유사 계열 석유대리점은 무엇을 먹고 살고 있는가가 궁금한데 적지 않은 업체들이 무자료거래나 가짜석유 유통 등 탈법적인 방법으로 수익원을 찾고 있다는 것이 석유유통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9월 유령대리점을 설립해 등록과 폐업을 반복하며 시가 약 1조597억원대의 가짜석유를 유통한 업체가 적발됐고 지난해 6월에는 300억원대 가짜석유를 유통시키며 무자료 거래를 주도한 대리점이 단속망에 걸려 들기도 했다.

불법업자들은 시장에 대거 진출한 부실 석유대리점을 이용해 자료상 조직을 만든 후 일부 실물거래를 하는 등 정상사업자로 위장해 단속을 피하거나 명의사장을 고용해 4∼5개의 자료상 행위업체를 설립하고 6개월 단위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무자료 거래와 불법가짜석유 유통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6년 동안의 석유대리점 등록 및 폐업 실태에 따르면 한 해 평균 등록 대리점의 25%에 달하는 약 200여개 업소가 신규 등록을 하거나 폐업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중 하나다.

그렇다면 부실하거나 불법적인 석유대리점이 난립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시장 진입이 지나치게 자유롭기 때문이다.
도매사업자인 석유대리점은 기본적으로 석유를 저장하고 수송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당초 자가 소유이던 것이 규제완화 차원에서 임차도 가능하도록 법이 바뀌었다.
단기간 임차하거나 임차를 증명하는 서류만으로도 석유대리점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상위 석유공급자인 정유사나 석유수입사로부터 석유를 공급받겠다는 계약서 제출도 등록 의무사항이었는데 폐지됐다.
가짜석유 원료로 용제가 사용되면서 용제대리점의 경우 현재도 정유사 등 용제 공급자와의 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등록요건이 강제화되어 있는데 정작 가짜석유를 유통시키고 무자료거래를 일삼는 축 중 하나인 일반 석유대리점은 이런 의무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규제 완화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글로벌 트랜중이자 시장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획일적인 규제완화는 오히려 시장에 큰 부작용을 불러 올 수 있고 조세형평성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

석유대리점에 대한 지나친 등록 규제 완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석유도매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부여하고 점검하는 대책 마련이 건전하고 정상적인 석유대리점 사업자들의 생존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정부의 책무이다.
또한 가짜석유 유통이나 탈세 등으로 이어지는 불법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기환경 보호, 안전사고 차단, 탈루 세금 양성화 등 국가 행정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가늠할 수 있는 등록 기준 강화가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