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하수슬러지 자원화 시설 현장 취재

하수슬러지 해양투기 금지로 전량 육상처리 상황
수도권 슬러지 1000톤 반입해 200톤 연료로 전환
지자체 슬러지 건조시설 증가세, 롤모델로 활용돼

이런 생각을 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매일 변기에 누는 대변 오물이 우리가 매일 쓰는 전기의 연료가 된다는 것을. 건강한 사람은 하루에 한 번,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며칠에 한 번은 대변을 눈다. 하루만 해도 엄청난 양의 대변이 하수구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모인다. 하수처리장에서는 이렇게 모인 대변뿐만 아니라 여러 오물들이 뒤섞여 정화 처리된다. 처리장은 오수를 정상 수질로 정화한 뒤 맑은 물은 자연하천으로 내보내고 침식된 찌꺼기는 긁어모아 다른 곳으로 옮겨 처리한다. 한국은 2년 전만해도 슬러지(침식찌꺼기)를 바다에 갖다 버렸다. 당연히 바다가 오염되고 이 찌꺼기를 먹고 자란 물고기를 우리는 맛있게 잡아먹었다. 정부는 국제해양규정인 런던협약(1996년)에 따라 지난해부터 하수슬러지를 바다에 버리지 않고 전량 육상에서 처리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슬러지 처리시설이 없어 땅에 매립하는 곳이 있지만, 놀랍게도 일부에서는 이 슬러지를 발전연료로 사용하는 곳이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서울, 인천, 경기지역에서 발생하는 슬러지의 절반가량을 받아 이를 발전연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 SL공사 자원사업실 이화균 부장.

◆ “바다·땅에 버리던 오물을 연료로 재활용”

지난해 12월 16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의 하수슬러지 자원화 시설을 찾아갔다.
전날 수도권에 많은 눈이 내렸다. 서울은 차량과 사람의 이동이 많아서인지 길가에 눈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인천으로 가는 길과 SL공사 안에는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약속시간인 오전 10시보다 30분 늦어 SL공사에 도착했다.
하수슬러지를 처리하고 있는 자원사업실의 김정식 실장과 이화균 부장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일단은 사무실에서 슬러지 자원화 사업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김 실장은 “바다에 버리거나 땅에 매립하던 하수슬러지를 발전연료로 재활용하는 아주 중요하고 좋은 사업이니 국민들에게 좋은 기사로 소개해 달라”고 당부했다.
자원사업실에서는 슬러지 자원화 사업뿐만 아니라 50MW 매립가스 발전 사업, 음폐수 바이오가스 생산 및 자동차 연료화와 발전 사업, 생활폐기물 고형연료화(SRF) 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었다.

◆ 검은콩 같은 발전연료, 태안화력에 판매

이화균 부장을 따라 하수슬러지 자원화 시설로 이동했다. 부지가 워낙 커 이동할 때마다 차량을 이용했다.
슬러지 자원화 시설에 들어서자 ㈜엔바이오컨스의 황규안 이사가 반갑게 맞아 주며 시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엔바이오컨스는 시설의 시공사로, 시설 안정화를 위해 위탁운영도 맡고 있었다.
시설은 2010년 2월 착공해 2012년 1월 완공했다. 사업비는 총 823억원을 투입했고 국고 30%, 지방비 70%로 이뤄졌다.
슬러지 자원화 시설은 일일 1000톤의 하수슬러지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대략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 발생하는 슬러지의 절반가량이다. 나머지 반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건조시설을 지어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시설 규모는 생각보다 꽤 컸다. 슬러지 운반차량 10대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반입시설과 이렇게 모아진 하수슬러지를 건조시키는 대형 원통형 건조기 그리고 집진기, 저장조 등으로 이뤄졌다.
취재 중에도 수도권 각지에서 온 많은 슬러지 운반차량이 연이어서 하차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슬러지가 오물인지라 반입시설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SL공사는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냄새를 포집하는 국소배기 장치와 에어 커튼을 설치하고, 슬러지 운반차량으로 인해 도로가 오염되지 않도록 세륜기도 설치했다. 하지만 그래도 냄새를 100% 제거하지는 못했다.
이화균 부장은 “슬러지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주민불편을 없애도록 냄새 제거 공정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슬러지 자원화 시설에서 메인은 대형 건조기다. 슬러지는 이 건조기 안에서 수분이 모두 제거돼 검은 콩 알만한 크기의 발전연료로 만들어진다.
건조기는 약 20미터 길이의 원통형으로 이뤄져 있다. 보일러 설비가 건조기를 뜨겁게 데우고, 건조기는 그 위에서 360도 회전한다. 축축한 슬러지가 20미터의 건조기를 모두 통과하면 끝에서는 수분이 거의 없는 고형연료로 나온다.
일일 1000톤의 슬러지는 200톤의 발전연료로 생산된다. 이 연료는 현재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보조연료로 공급하고 있다. 탄소를 함유하고 있는 유기성 물질이기 때문에 화력이 꽤 나온다. 열량은 저급탄 수준인 ㎏당 3000~4000Kcal이다.
지난해에만 22만7000톤의 슬러지로 4만7000톤의 연료를 생산했고 이를 태안화력에 판매해 8억4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는 2배인 1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태안화력은 신재생에너지인 슬러지연료를 사용함으로써 약 6만6000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획득했다.

▲ (왼쪽) 발전연료 생산물과 (오른쪽) 하수슬러지.

◆ 타 지자체의 좋은 롤모델

슬러지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 지자체 곳곳에서 건조시설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롤모델이 필요하다. SL공사의 슬러지 자원화 시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되고 있다.
사실 이 시설은 경제성이 없는 상태다. 슬러지 반입 수익금과 발전연료 판매수익보다 건조할 때 사용하는 천연가스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냄새 제거 공정까지 갖춰야 한다.
SL공사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사 내 폐열을 건조시설에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L공사가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공정을 개선하고 경제성을 확보함으로써 지자체들이 이를 본받아 효율적 건조시설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슬러지를 자원화하지 않으면 땅에 매립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자원화는 최적의 처리방법이라 할 수 있다. 증가세에 있는 슬러지 자원화 시설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천연가스 비용을 정부에서 보조하는 등의 정부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