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주유소의 혼합판매(한 주유소가 여러 정유사의 석유제품을 사고파는 것)이 허용됐다.
하지만 1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 석유 혼합판매를 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주유소는 없다.

일부 석유시장 관계자들은 혼합판매주유소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 정유사의 전량구매계약을 문제 삼는다.
정유사가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한 주유소에 대해서만 보너스·제휴카드·자금시설 등을 지원하고 있어 혼합판매의 제약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국감에서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조사한 혼합판매 계약서에 따르면 정유사 전량구매계약을 맺은 주유소와 달리 혼합판매 주유소는 상품권 취급시 수수료를 내야 하고 혼합판매 주유소를 이용하는 고객은 포인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의 제약을 받았다.
하지만 정유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제공하면서 타 공급사의 기름을 판매하는 주유소에 전량구매계약 주유소와 동일한 보너스카드나 시설 지원 혜택을 제공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유소 사업자 입장에서도 혼합판매에 나설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

한 주유소 사업자는 “혼합판매 주유소의 석유제품 혼합 비율이 20% 정도란 얘기가 떠돌던데 그 정도로는 상당수의 주유소들이 가격 면에서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도 정유사 상표 주유소들은 관행적으로 현물석유를 판매물량의 20% 수준을 구매할 수 있는데 각종 정유사 지원 혜택을 제한받으면서 혼합판매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혼합판매 주유소로의 전환 의지를 가지고 산업부와 주유소협회에 전환 신청을 한 곳들도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최종적으로 전환의지를 밝힌 주유소들은 생각만큼 많지는 않아 보인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혼합판매 주유소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성과 지향적인 발상에서 벗어나 이제는 혼합판매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관련 업계에 홍보하며 정유사와 주유소간 입장차를 좁히는 노력을 벌이돼 그 이후는 철저하게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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