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업자인 삼성토탈이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알뜰주유소 운영 주체인 석유공사가 삼성토탈로부터 반제품 휘발유를 공급받고 있는데 이 계약이 특혜라는 지적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것이다.

특혜의 핵심은 양 측간 맺은 수의계약에 있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공공기관 등의 구매 방식은 원칙적으로 경쟁입찰로 이뤄져야 한다.

다만 입찰자가 한 곳 뿐일 경우 즉 경쟁자가 없는 독점 시장에서는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석유시장의 경우 4개 정유사와 석유수입사 등 경쟁자들이 차고 넘치는데도 석유공사는 삼성토탈에게 독점적 석유 공급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토탈도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일본에 완제품 휘발유를 수출하던 삼성토탈을 등떠밀어 내수 시장에 공급하도록 주문했던 것이 바로 정부다.

삼성토탈을 정유사간 경쟁을 촉진시키는 카드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삼성토탈로부터 공급받는 알뜰주유소용 석유물량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말 열린 물가관계부처회의에서 유가 안정책의 일환으로 삼성토탈의 내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유사가 90% 수준을 차지했는데 당시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말에는 56%까지 줄이고 삼성토탈 공급비중은 7%에서 32%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알뜰주유소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유통시장에 진출한 것도 모자로 석유공급시장의 비중도 정하겠다고 공표한 배경에는 석유공사 수의계약이라는 무기가 있었다.

당초 억지 춘향격으로 내수 시장에 진입했던 삼성토탈도 알뜰주유소 정책에 협조한다는 공익적 배경을 내세워 수의계약 특혜를 즐기는 여유를 부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삼성토탈은 석유공사에 휘발유 반제품을 공급하면서 완제품을 납품하는 정유사와 달리 제세부과금이나 품질관리 의무를 떠안지 않았다.

특히 삼성토탈은 석유공사에 납품하는 휘발유 반제품의 품질을 석유관리원을 통해 검사 받았는데 이를 자체 검사 형태로 바꾸기 까지 했다.

법정 품질검사를 대신해 삼성토탈이 자체적으로 발행한 시험성적서를 석유공사에 제출하는 것으로 가름했던 것인데 휘발유 품질 규격중 가장 중요한 옥탄가는 분석 장비 조차 갖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토탈이 대충의 휘발유 반제품을 납품하면 첨가제를 혼합하거나 정상 석유제품과 브랜딩 하는 등의 방식으로 법정 품질기준을 맞추는 것은 석유공사의 몫으로 떠넘겨진 셈이다.

정유시장 경쟁 촉진을 위한 구원투수라는 공익적 역할로 포장돼 정제시장에 진입한 삼성토탈이 특혜시비를 받고 있는데는 정부 역할이 큰 것이 사실이다.

국가계약법을 무시하고 삼성토탈을 수의계약 형태로 석유유통시장에 무임승차시킨 것이 바로 정부다.

삼성토탈 내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물가관계회의에서 논의하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자랑하듯 소개한 것도 정부다.

4개 정유사가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 정부가 삼성토탈을 끌어 들이고 막강한 시장 지배력까지 부여하는 일련의 과정속에서 삼성토탈도 초심을 잃고 ‘특혜’의 달콤함을 즐겨 왔다.

최근 삼성토탈은 2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유 생산 설비도 갖추겠다는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석유공사는 수의계약을 경쟁입찰체제로 바꾸겠다고 밝혔으니 이번에는 삼성토탈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됐다.

이제 원망은 정부에 쏠릴 일만 남았다.

삼성토탈 사태를 지켜 보면서 시장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특정 기업에 특혜를 제공하며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포장해온 정부에게 공정한 시장 경쟁은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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