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화(禍)를 불렀다.
안전을 이유로 LPG 사용연한제 도입을 추진하던 정책을 번복했고 그 과정 속에서 유탄을 맞은 LPG 용기 공급자들이 실력 행사를 선언하고 나섰다.
결국 정부가 달래기에 나서면서 시간은 벌었지만 LPG 용기 공급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 됐다.

정부는 지난 2010년, LPG 용기 재검사 기간 연장과 함께 사용연한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일률적인 노후 용기 폐기가 LPG 용기 부족 사태를 비롯해 LPG 유통 단가 상승 등을 불러 올 것이라는 LPG 관련 업계의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결국 정부는 제도 백지화를 최근 선언했다.
제조 후 26년 이상 경과했더라도 LPG용기에 대한 검사 후 안전이 담보되면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한 것인데 이번에는 LPG 용기 관련 업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LPG용기연한제로 신규 용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생산업체들은 시설 증설과 인력 충원 작업 등을 벌여 왔는데 갑작스러운 제도 백지화로 경영상 큰 손실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LPG 용기 수급난을 전망하고 수입에도 적극 나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정책을 믿고 생산설비 증설과 수입 등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관련 업계 입장에서는 사용연한제 폐지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결국 생산업체들이 LPG 용기 공급 중단을 선언하자 정부는 달래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약속을 담보로 당초 이달 1일을 기해 공급 중단하겠다던 선전포고를 10일로 늦췄는데 시간을 벌었을 뿐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본지가 창간16주년을 맞아 지난 9월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LPG 용기 사용연한제와 관련한 의견을 설문조사한 결과 경제성 측면을 강조한 일부 의견들이 제시된 바 있다.
연한을 정해 일괄 폐기하기 보다는 안전검사기준을 강화해 연한이 차지 않았더라도 불량이 발생하면 폐기시키고 그렇지 않을 경우 계속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지적이었다.
안전과 경제 논리 모두 중요하고 어느 한쪽의 일방적 포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
노후 용기의 유통을 차단해 LPG 사고를 막겠다는 취지도 설득력이 있고 검사 후 불량 용기만 퇴출시키자는 의견도 틀리지 않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 이해 관계자간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결정된 사안은 원칙이 뒤바뀌어서는 안된다.

정부 정책은 시장과 기업이 투자를 비롯해 다양한 의사 결정을 하는 중요한 시그널이다.
그런 정책이 예측 가능하지 못하다면 시장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그래서 정책의 앞날까지 스스로 점쳐야 하는 피곤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갈지자 정책 행보에 LPG 사업자나 LPG 용기 생산업체 모두로부터 정부는 인심과 신뢰를 잃게 생겼으니 분명 화(禍)를 초래한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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