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에너지총회(World Energy Congress)가 우리나라 대구에서 열렸다.
지난 1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5일 간에 걸쳐 전 세계 약 120개국에서 7000여명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총회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 정부와 WEC에서 공동으로 선언문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대구선언문’에 담은 내용은 향후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나아갈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에너지 지침서의 역할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선언문에서는 경제성장과 기후변화를 동시에 충족하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클린에너지에 대한 전 세계적 논의를 확대하고 기후변화 대응에서 에너지의 역할 강화에 합의한 것이다.
주요 참석 인사들도 에너지 환경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리-호세 나두 세계에너지협의회 차기 의장은 “에너지 분야는 전환점에 도달했고 우리는 앞으로 3년간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위해 알맞은 결정을 내려야 하며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칼리드 알 팔리(Khalid A. Al-Falih) 사우디아람코 회장은 기조 연설에서 ‘사용이 용이한 풍부한 석유와 가스가 미래의 에너지 공급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며 특히 석유와 가스는 여전히 주요 에너지 원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그 한편으로는 ‘원유와 가스 자원의 효율성과 환경적 성과를 향상시키고 다른 에너지 자원과 함께 적절하게 에너지믹스 (the energy mix)에 결합시켜야 한다’며 에너지의 기후변화 대응 역할을 강조했다.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은 ‘Tomorrow’ s Energy : Connecting the Dots’라는 주제의 연설에서 “에너지 수요 증가는 기후변화를 심화시켜 인류 지속 가능 발전을 저해하고 있으며 원자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한계에 부딪혔고, 신재생에너지도 경제성과 발전 속도 한계로 인해 화석연료를 단기간에 근본적으로 대체하기엔 공급량이 턱없이 모자라다”고 진단하고 “화석연료는 온실가스 배출을 수반하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기존 공급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에너지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수요측 대안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회에서 발표된 ‘세계에너지 시나리오: 2050년 미래를 위한 에너지 구상(World Energy Scenarios: Composing energy futures to 2050)’ 보고서에서도 화석연료가 지배적 에너지원으로 위치를 고수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바이오 연료나 태양열 발전의 이용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언급되고 있다.
세계는 에너지 안보와 형평에 더해 환경 지속 가능한 이용에 주목하고 있고 이같은 사실이 이번 대구총회에서도 여실히 확인됐다.
지구온난화로 에너지는 경제 성장의 축이자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이중적 성격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에너지가 녹색경제성장을 주도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대구선언문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이제는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형평에 더해 환경 지속가능성을 해결하는 지혜를 모아 전 세계가 서로 나누고 협력해야 한다.
이제는 ‘풍부한 에너지 공급’에 맞춰진 양적 성장에서 ‘지속가능하고 환경에 유익한 에너지 개발과 소비’로 전환되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구총회에서 전 세계 에너지 지도자들이 에너지와 환경을 동체(同體)로 여기는 중요한 계기가 됐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