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창간 16주년을 맞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산업 현안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명박 정부 시절의 해외 자원개발 정책이 성과주의에 급급해 비효율적으로 진행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 의원은 ‘자원개발 경험이나 기술이 미약한 공공기관에게 예산만 쥐어 주고 해외 시장에 내보낸 것은 초등학생에게 대학교재를 쥐어 주고 박사 논문을 쓰라는 격이나 마찬가지’라고 냉소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이 실패한 정책이었다는 평가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지적받은 바 있다.

석유공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광구 탐사 성공률은 추락했다.
석유공사가 인수한 해외 자원개발 기업이나 광구 역시 덤터기를 썼거나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아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이 분석한 30개 광구는 광구 지분 등의 인수 과정에 25억2100만달러, 사업 투자에 12억7200만달러 등 37억9300만달러가 투자됐는데 회수한 금액은 12억9200만달러, 보유 광구의 현재 가치 12억7000만달러 등 25억6200만달러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차액만 무려 12억3000만달러에 달해 원화 환산시 1조3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자원개발 기업인 캐나다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정제 부문까지 떠 안으면서 매매 금액이 당초의 3조1500억원에서 4조4900억원으로 치솟은 대목은 대표적인 외형 지향적 투자의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다.

설문에 응한 여당 의원들 조차 석유공사 등 자원 공기업의 양적 성장 정책 문제점을 지적했고 효율성 위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원개발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설문 의원 모두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앞서 지난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40대 국정과제에서도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질적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자원개발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탐사 성공 중심 자원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석유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들이 대규모 차입에 앞다퉈 나서면서 부채는 이미 큰 폭으로 증가했고 손쉽게 자원개발 성과를 자랑할 수 있는 개발·생산 단계 광구나 자원개발 기업 인수에 주력하면서 탐사 광구 참여의 기회도 날려 버렸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의 부채는 17조9831억원에 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채 상당액이 단기 차입이라는 점이다.
외국계 석유개발기업의 경우 차입금 만기를 평균 5~15년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석유공사는 단기 차입에 치중하면서 차입금 잔존 기한이 평균 2.7년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3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도 전체 차입금 총액의 50%에 달하는 46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해외자원개발 정책의 실패를 둘러싼 질책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럴 때 일수록 정부는 의연해야 한다.
과거 정책의 실패를 진솔하게 인정하고 성급하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길이 자원개발 정책과 관련해 잃어버린 신뢰를 찾는 길이다.
그렇지 않고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의 대안을 제시한다면 해외 자원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회를 또 다시 잃어 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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