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 세제 개편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에너지원별로 탄소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박원석 의원은 기후정의세법을 대표 제안했다.
명칭만 다를 뿐 이들 의원들이 제안하고 있는 에너지세는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정부도 올해 하반기 국정 운영 과제중 하나로 에너지 세제 개편 방안을 선정한 상태다.
하지만 에너지 세제개편 논의 과정에서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인가 또한 얼마나 세수 중립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가 벌써부터 우려스럽다.
 
에너지는 서로가 경쟁재이자 대체재 관계에 있다.
석탄 시장을 석유가 대체했고 석유에너지는 천연가스, LPG 등과 시장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제는 전통적인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간 경쟁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각 에너지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정부 정책의 향방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수 밖에 없는 만큼 향후 에너지 세제개편 과정에서 정치적 논리가 배제되지 않을 경우 마찰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2000년대 들어 1, 2차 에너지 세제개편을 단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수송연료 중심으로 단행된 당시 세제개편의 축은 휘발유 가격 지수를 100으로 산정하고 경쟁연료인 경유와 LPG의 적정 가격 비중을 정해 단계별 조정하는 방식이었는데 경유승용차 허용정책이 추진되면서 수송 연료별 상대가격 지수를 재조정하는 2차 세제개편이 논의됐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
 
경유승용차가 허용될 경우 LPG차량 감소로 인한 연료 소비 감소를 우려한 LPG 업계가 경유 세율 인상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경유 연료를 소비하는 화물연대 등이 유류비용 상승을 우려하며 전면 파업을 선언하며 반발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던 것이다.
 
정부의 세제개편 방향이 세수 지향적이라는 소비자들의 저항에도 직면했다.
두차례에 걸친 에너지세제개편은 정부가 인위적 잣대로 수송연료간 가격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상대가격 비중 조정 방식을 선택한데서부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요인을 안고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는 2009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탄소세 도입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세제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산업 논리가 지배하는 산업통상자원부, 환경 우선 정책을 표방하는 환경부 등 정부 부처간 이견이 적지 않다.
 
수송연료 중심의 1, 2차 세제개편과 달리 탄소세 부과 대상은 원칙적으로 탄소를 함유하는 모든 화석연료가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적용 대상 범위가 더 넓어지고 세율 적용 과정에서 에너지 사업자간 입장 차이가 극명해 논란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종 규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탄소세 까지 도입하는 것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 대외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탄소세 도입 여부나 방향에 대한 범 국가적 논의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시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환경 친화적 세제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국회,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의 세제개편 과정에서 정부는 산업 정치적 논리가 개입된 인위적 결정이 얼마나 큰 사회적 불화와 논쟁을 야기했는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험란하겠지만 탄소세를 도입하는 것이 온실가스 저감과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 문제 제기부터 세제개편이 필요하다면 어떤 방향이 정책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투명하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고민이 필요하다.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 갈등과 반발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정부가 탄소세 개념의 세수 도입 여부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세수중립적 방향을 설정한다면 결국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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