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대학교 경제학과 김형건 교수
국내 석유시장에서 한국석유공사는 민간 기업이 할 수 없는 국가적 공익 사업들을 담당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석유공사의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인 비축사업은 국제적 공급위기시 다른 국가들과 공조해 국내 석유공급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 216일치의 비축수준을 확보해 국내 석유공급의 안정성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사업으로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역시 투자에 높은 위험이 있어 국내 민간 기업들이 회피하던 분야로, 공익을 위해 석유공사의 주도 하에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석유공사의 사업 중 최근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아무래도 알뜰주유소 사업일 것이다.
 
알뜰주유소는 지속적인 고유가 상황에서 국내 석유유통구조를 개선해 가격경쟁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하된 가격의 석유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사업이다.
 
국내 석유유통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있는 4개의 정유사의 시장지배력으로 인해 비상표주유소가 자생적으로 확대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해 석유공사는 정유사와 주유소 간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알뜰주유소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알뜰주유소 사업에 대해서는 정부와 공기업이 직접 나서는 상황인 만큼 이런저런 논쟁들이 발생했다.
 
하지만 알뜰주유소 사업이 시작된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지나고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알뜰주유소의 수는 900여개로 늘어났고 국내 내수시장에서의 점유율 역시 약 7%에 달하고 있다.
 
최초 목표가 1000개의 주유소였던 만큼 이제 거의 목표 수준의 주유소 수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다.
 
알뜰주유소 사업은 이륙을 끝내고 장기적인 순항을 준비해야 되는 상황이다.
 
이제 성공적인 이륙을 위해 고려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논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다듬어야 될 점이 많긴 하지만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될 점 중 하나가 알뜰주유소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석유공사의 국내 석유 정보 수집 기능인 것 같다.
 
석유공사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따라 석유정제업자, 석유수출입업자, 석유판매업자 등 2만5000여개 업체의 석유 수출입 및 석유거래상황을 매월 보고받고 있다.
 
석유공사의 정보 업무는 원유수입, 제품수출입, 제품수급, 제품가격, 민간재고 등 시장 전반에 걸쳐 이뤄진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여러 종류의 통계 및 분석 자료로 만들어져 국내 석유시장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사업을 시작해 다른 석유사업자와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적으로 다른 경쟁자들의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면 공정한 시장경쟁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더욱 우려가 되는 점은 평가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알뜰주유소에 대한 정보는 석유공사에서 독점하고 있다.
 
그러므로 알뜰주유소 사업에 대한 평가 역시 석유공사에 의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마치 최근 원자력 마피아의 문제점과 유사해 보이는 상황이다.
 
알뜰주유소 뿐만 아니라 최근에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평가는 석유공사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지게 된다.
 
석유공사가 하류부문의 사업을 시작한 이상 혹은 지속적으로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시장경쟁을 저해할 수 있는 통계수집 기능은 다른 기관으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석유의 가격정보를 에너지경제연구소(IEEJ)에서 수집·발표하고 있는 일본을 참고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통계자료는 분석하는 연구자와 그 결과가 많을수록 더욱 가치를 발하는 것이다.
 
물론 많은 제약은 있겠지만, 정부관계자 이외 학계에서도 자료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면 더욱 가치 있는 통계자료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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