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권한에는 그 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특히 공적으로 부여되는 권한은 그 ‘힘’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기 때문에 오남용해서도 안되고 순수함이 바탕이 돼야 한다.
 
국내 유일한 가짜석유 단속 법정 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이 전현직 임원들의 부정 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지난 6일 가짜석유 단속정보를 브로커에게 미리 알려주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석유관리원 전현직 간부 3명을 조사중이다.
 
이들은 가짜석유 단속 정보를 브로커에게 제공하고 많게는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 보다 더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가짜석유를 단속하라고 소비자들이 기름값에 얹어 품질검사수수료를 부담하고 있고 정부의 에특회계 자금이 지원되는 기관에서 오히려 가짜석유 단속 정보를 주유소 사업자 등에게 흘렸으니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긴 꼴이 되고 말았다.
 
석유관리원 부정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석유관리원 직원 9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지난해에도 한 직원이 21억원을 횡령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또 같은해 단속정보 제공을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직원이 파면되는 등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간 석유관리원은 가짜석유와 석유 부정 유통의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대외적 위상이 크게 높아져 왔다.
 
가짜석유 단속을 주 업무로 삼던 시절, ‘한국석유품질검사소’라는 명칭을 사용하다 석유 품질 관리 기능까지 포함된 ‘한국석유품질관리원’으로 지난 2005년 바뀌었고 2009년에는 특수법인인 ‘한국석유관리원’으로 또다시 역할이 격상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기관명이 바뀔 때마다 단순한 석유품질검사 기능에서 벗어나 가짜석유 단속을 물론 석유품질 향상 등과 관련한 R&D, 석유유통질서 문란 행위에 대한 감시 등 그 역할도 커져 왔다.
 
하지만 커진 덩치 만큼 내부 임직원들은 성숙하지 못했다는 것이 연이은 부정 사고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최근 벌어진 단속 정보 유출 대가 금품수수 사건 관련과 관련해 석유관리원은 해당 직원을 직위해제하는 한편 재발방지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다.
 
임직원들에 대한 ‘재산 등록제’를 실시하고 내·외부신고센터 기능을 보강하는 한편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직무 관련 금품·향응수수 등이 적발될 경우 곧바로 파면 처분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제도가 청렴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그 제도도 결국은 사람이 만든 것이고 조직원들이 수용하지 못하면 또 다른 비위나 부정은 재발될 수 밖에 없다.
 
공적 기능에서 청렴과 순수 만큼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석유관리원은 이번 단속 정보 유출 사건을 통해 피검사 주체인 주유소 등 석유 사업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됐고 상당 기간 비난을 받는 것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석유관리원은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민과 민원인들에게 더욱 신뢰받는 전환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한해 수조원대의 세금이 가짜석유 유통으로 탈루되고 갈수록 석유품질에 대한 관리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석유관리원 그 자체의 기능이나 역할이 폄하돼서는 안된다,
 
석유관리원에 매서운 채찍과 더불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아량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