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영재 박사
친환경 자동차 및 연료가 이슈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시장에 진입하기는 아직 쉽지가 않다.

자동차는 보통 10년은 사용하는 내구재이어서 가격과 성능에 소비자가 아주 민감한 제품이고 연료는 소비재이기는 하나 차량을 선택하면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이 역시 가격이 소비자에게 민감하게 작용한다.

작금에 세계적으로 성공한 친환경자동차는 하이브리드자동차이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자동차는 올해 3월에 누적판매 500만대를 돌파해 세계 시장의 3/4을 점유하고 있다.

대표 차량인 프리우스는 1997년에 세계 최초로 양산 판매된 하이브리드자동차로서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해 주유 인프라에 문제가 없고 기존 자동차보다 가격이 높기는 하나 소비자가 수용할만한 수준이다.

 

또한 높은 연비와 환경성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한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초기 손실을 감수하고 차량 가격을 낮추어 판매한 토요타사의 전략 등 성공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구비했다.

반면에 대표적인 친환경자동차인 전기자동차는 차액의 50% 정도를 정부가 지원해도 현재로서는 기존 차량 대비 두 배 정도 가격이 비싸고 한번 충전으로 주행거리가 1/5 정도에 불과한 단점이 있으며 연료전지자동차는 성능은 수용할 만 하나 가격이 전기자동차보다 더 비싸서 이들 두 차량 모두 일반 소비자가 구입을 고민하는 단계까지 발전하려면 적어도 10년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 및 수소 충전인프라가 기존의 주유소 정도로 구축되려면 많은 시일이 필요한 것도 장애요소의 하나이다.

각 국에서 전기자동차와 연료전지자동차의 기술 개발과 시범 보급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현재의 시장 확보 보다는 미래 시장을 겨냥한 기술 육성 측면이 강하다.

그러한 면에서 지난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전기자동차 보급사업이 제한된 차량으로 보급대상을 축소한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매사에 적정한 시기가 있으며 특히 자동차는 글로벌한 제품이기 때문에 세계 시장의 트랜드에서 벗어나 독주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 바이오연료를 주로한 저탄소연료의 보급을 세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RFS(신재생연료 의무혼합제도, Renewable Fuel Standard)라는 재생연료 보급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지만 연료는 특히나 지역적 특성에 의존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석유계 연료는 물론 바이오연료 역시 자원이 열악한 우리나라에서 보급 확대가 쉽지 않으며 가격 경쟁력도 당분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휘발유, 경유, LPG, CNG 등 석유계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이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자동차가 당분간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 연료업계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동급 모델에 휘발유, 경유, LPG 등 다양한 차종을 판매하고 있는 자동차제작사는 소비자의 연료 선택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지만 연료업계는 휘발유와 경유, LPG, 천연가스로 업종이 나뉘어 제로섬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귀결이다.

버스연료시장은 기존의 천연가스에 디젤이 가세하고 있고 택시연료는 기존의 LPG에 천연가스와 디젤이 가세해 3파전 경쟁을 하고 있으며 정치권과 정부에서도 일부 가세하는 측면이 있다.

최근 10여년에 걸쳐 자동차의 환경성이 크게 개선돼 연료간 환경성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음에 기인하는 바가 크지만 자동차 연료정책은 환경성 외에도 에너지 안보나 온실가스 대책, 연료세제 및 보조금 정책 등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

전문가 조차 의견이 갈리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보다 큰 틀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그리고 종합적인 검토와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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