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정부의 석유수입 특혜로 내수 시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먼저 석유수입선이 다변화되고 있다.

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 석유 수입선인 일본은 물론 중국, 말레이시아, 대만, 싱가포르산 석유가 도입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산 석유도 수입됐다.

석유수입사들의 경영 실적도 크게 호전되고 있다.

대표적인 중견 석유수입사들은 지난해 매출액과 순익에서 큰 신장세를 보였다.

P사, E사 등의 매출은 그 전년 대비 40~80%대가 뛰었고 순익면에서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석유수입업에 첫 진출한 한 탱크터미널 임대 사업체는 매출이 한 해 사이 2264%가 증가했다.

2011년 194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는 4393억원으로 껑충 뛴 것이다.

석유수입사의 경영 실적이 호전되면서 정유사들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줄어들고 있다.

올해 들어 2월까지 수입휘발유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4.1%. 경유는 무려 8.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중이다.

2011년까지만 해도 휘발유 수입량은 전혀 없었고 경유 시장 점유율도 1%를 넘지 못했다.

경유 수입물량은 1년 사이 2233%가 넘게 증가했다.

이같은 시장 변화는 독과점 산업인 내수 석유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전제됐을 때 그렇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수입 석유에 파격적인 정부 지원이 이뤄지면서 나타난 변화들이라는 점이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수입석유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리터당 16원의 수입부과금을 환급해주고 있다.

바이오디젤 혼합 의무도 예외 적용한다.

이로 인해 수입 석유는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석유보다 원가 측면에서 리터당 50원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내수 장치 산업인 정유사들은 3%의 수입 관세에 수입부과금 등을 부담하고 있는데 정작 수입 석유만 특혜를 제공받고 있으니 공정한 경쟁이 될 수가 없다.

형평의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매 반기별로 법적 의무에 묶여 생산 석유의 환경품질을 검사받고 그 결과를 공표해야 하지만 지난해 수백만 배럴이 수입된 석유는 검사를 받지 않았다.

물론 법정 품질 기준을 충족해야 수입, 통관된다는 점에서 이들 수입석유가 자동차 성능에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은 없다.

다만 대기환경개선을 이유로 법정 품질기준을 충분히 충족하는 정유사 생산 석유를 대상으로 환경품질공개제도를 도입해 품질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형평에 맞지 않는다.

더구나 소비자들은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기름이 중국산인지 말레이시아산이지 알 길이 없다.

온실가스 저감을 명분으로 정유사 생산 경유에 의무적으로 혼합하도록 되어 있는 바이오디젤이 수입 경유에 예외 적용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지구온난화 감축 노력보다 석유수입 장려 정책이 우선된다는 점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고도화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정유사들은 내수 시장에서 수입사에 뺏긴 물량 만큼의 석유를 헐값에 수출하는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과연 언제까지 수입석유에 특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도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다.

정책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정부가 수입 석유 무관세 적용이나 수입부과금 환급 같은 제도를 일몰제로 운영하면서 소멸 기한이 예고되고는 있지만 정부 편의에 따라 얼마든지 추가 연장이 가능할 수도 또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정부 특혜를 향유하고 있는 석유수입사들도 과거의 초라한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게 언제가 될 것인지는 정부만 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내수 장치 산업 차별 정책에 행정의 예측 가능성까지 결여된 현 상황을 수긍하는 에너지 및 경제학자들을 찾기 힘들다.

오로지 정부만 스스로의 정책에 수긍하고 만족하고 있는 모양새다.

선진 대한민국의 행정이 정책 마다의 공과를 면밀하게 평가받고 정책 입안부터 실행까지 관여한 담당 행정가의 기록을 남기고 책임지는 제도가 마련됐다면 과연 수입석유 특혜 같은 무모한 정책이 실행될 수 있었을지 여전히 확신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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