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의 비대칭성이란 국제원유가격이 내릴 때 국내 휘발유 가격은 조금 하락하는 반면 국제원유가격이 오를 때는 국내 휘발유 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언론과 소비자들은 휘발유 가격의 비대칭성을 국내 정유사들의 담합이나 폭리와 관련짓곤 하며, 비대칭성에 대한 논쟁은 주로 휘발유 가격이 상승세에 있을 때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휘발유 가격의 변동성이 높았던 2년 전 이미 정부에서는 석유가격 전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휘발유가격의 비대칭성을 검토했는데, 그 결과 “분석기간 중 항시 비대칭성이 발생한 것은 아니나, 비대칭성이 나타난 사례가 상당수 확인됨”이란 발표가 나왔다.

이는 비대칭성을 바라보는 전문가와 소비자의 시각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도 휘발유 가격의 비대칭성은 늘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루를 기준으로 봤을 때 오늘 국제원유가격이 올랐는데 그것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더 올랐으면 그날 비대칭성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제원유가격이 올랐는데 그것보다 가격이 안 오른 날도 꽤나 많다는 점이다. 같은 원리로 국제원유가격이 내린 날 국내 휘발유 가격이 덜 내린 날은 비대칭성이 발생한 것인데, 문제는 더 내린 날들도 꽤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대칭성이 존재한다고 분명히 말하지는 못하는데, 분석 기간이나 방법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비자가 느끼는 비대칭성은 전문가들과 조금 다르다.

비대칭성이 하루 혹은 한 주 동안 나타나기만 하더라도 그날 휘발유를 넣게 되면 비대칭성은 존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비대칭성의 의미 자체에 대해 전문가와 소비자 간에는 간극이 존재하는데, 여기서 비대칭성의 유무보다 더욱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점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는 점이다.

설령 국내 휘발유 시장의 비대칭성에 대해 모든 소비자와 전문가들이 동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정유사의 담합이나 폭리가 비대칭성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휘발유를 만들어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원유를 수입하고 정제해서 이를 주유소에 공급하고 주유소는 일정기간 보관했다 판매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날 국제 원유가격이 변했다고 이를 100%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주유소의 가격책정행태가 비대칭성의 원인인지 정유사가 원인인지도 불분명하며, 민간 판매자의 가격결정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다가는 자칫 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할 수도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휘발유가격의 비대칭성은 자주 발견되고 있지만, 최근 이들 국가에서는 비대칭성의 존재여부 보다는 그 원인의 규명으로 논쟁의 초점이 옮겨가는 추세이다.

우리도 이제 휘발유 가격의 비대칭성 존재 여부보다는 그 원인을 규명하고 시장을 좀더 경쟁적으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 논의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가격경쟁이란 것은 근본적으로 유통시장의 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가격 비대칭성의 존재 여부를 떠나 시장이 좀 더 경쟁적으로 바뀐다면, 정유사나 주유소의 가격경쟁행태에 비대칭성이 존재하더라도 시장경쟁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효율적으로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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