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가 에너지자원 분야의 ‘혁명’이라는 말을 붙일 때 반대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미국의 셰일가스 공급 확대가 동남아의 석탄시장에 영향을 주듯이 이제 셰일가스가 주는 에너지자원 분야의 막대한 파급효과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셰일가스가 단지 에너지자원 분야뿐만 아니라 산업 전 분야에 혁명적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혁명의 근원지인 북미에서 조차 개발 초기에는 이를 에너지자원으로만 바라봤기에 그저 공급 과잉으로 천연가스가격의 하락에만 관심을 뒀다. 실제로 미국의 천연가스 단위열량 당 가격은 2008년 중반까지 8~10달러였지만 리먼 사태 후 무려 1불대로 급락했다.

방대한 부존량과 회수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북미에서는 이제 셰일 가스가 풍부한 연료 자원을 넘어서 재료 자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각종 산업의 중요 원료로 활용이 진행 중이다. 이에 따른 산업 수요에 기반한 가스가격도 4~5달러 선으로 안정화될 전망이다.

셰일 혁명은 상류부문의 배관망, 수출용 액화터미널, 환경오염원 처리 등 연관산업뿐만 아니라 발전에서 석유화학분야까지 산업 전 분야에 엄청난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셰일가스와 다량으로 동반 산출되는 천연가스액(NGL)은 에탄함량이 풍부해 현대산업의 쌀로 비유되며 플라스틱, 고분자합성 물질 등의 원재료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미 생산원가 기준으로 기존 석유추출 원료인 나프타 가격 대비 1/10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고, 이러한 가격경쟁력과 공급안정성은 앞으로도 최소 몇십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대한 반증으로 다우케미컬(2011년 매출액 599억달러) 등 미국 석유화학사뿐만 아니라 태국의 PTT(2011년 매출액 844억달러) 등 세계 유수의 석유화학사들은 북미에서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크래킹 설비를 2016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한국의 경우 직접적으로 2012년 기준 대외수출의 19%를 석유화학분야가 차지하는 만큼 만일 순발력 있는 대처를 하지 못하면 50%~75%에 달하는 상대적 원가경쟁력 상실로 플라스틱, 합성 소재, 페인트, 섬유 등 해당 산업의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국내 플라스틱 및 고분자합성원료 공급가의 상대적 상승으로 인한 전자제품, 건설원자제, 자동차, 타이어 산업(한국수출액 대비 총합 40%) 등의 피해까지 고려한다면 그 손실은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작금의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국제 산업 구도 재편은 상당한 위기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바꿔 생각하면 환경, 부품소재, EPC 산업 등 이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많다.

차제에 셰일 가스가 주는 미래 변화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셰일가스 개발에 참여하는 자원 개발기업과 유기적인 고리를 갖고 셰일가스 밸류체인 상의 여러 산업적 기회를 함께 참여하고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엄청난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가스공사처럼 개발에서 저장까지 천연가스 밸류체인의 상당 부분을 영위하는 공기업의 경우 세일가스 사업 참여 시 이를 염두해 민간 부문과 동반 진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정부도 셰일가스 혁명이 자원 확보의 기회라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산업 전반에 위기이자 기회임을 깨닫고 이에 맞는 종합적 전략과 지원 정책을 시급히 수립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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