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가장 강조되는 정책중 하나는 에너지가격의 시장 기능 회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가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원가에 충실한 에너지 요금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 한진현 차관은 27일 열린 ‘에너지·자원개발 미래전략포럼’에 발제자로 나서 에너지요금체계를 시장 기능을 많이 활용해 원가 수준으로 단계적 현실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언급하는 에너지 요금 정책의 핵심은 정부가 가격을 관리하는 전기와 가스다.

공공재 성격의 이들 에너지 가격은 그동안 정부가 인가하거나 관리, 통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에너지 공기업에는 만성적인 적자 요인을 제공했고 에너지 소비 시장의 왜곡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야기해 왔다.

한전은 발전회사에서 비싼 가격으로 전력을 구입해 싼 가격에 파는 전력거래시스템의 함정에 뭍혀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가스공사는 가스 도입 원가를 도매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5조원에 달하는 미수채권을 떠안고 있다.

전기와 가스에너지 공기업들만 힘든 것이 아니다.

구역형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경영난에 봉착하며 심지어 법정관리 등을 신청하는 일련의 상황은 에너지 가격의 왜곡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들 사업자들이 발전용으로 사용하는 LNG 가격이 전기요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오르면서 발전원가보다 못미치는 가격에 판매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LNG가격 인상폭이 최소화되면서 에너지복지 차원에서 경제성이 없는 지방 소도시까지 나서 보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고 경쟁 연료인 등유나 프로판 시장의 설 자리가 좁아들고 있다.

값싼 전기요금에 밀리면서 전력 수급난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중 하나인 가스냉난방 시장은 좀처럼 활기를 띄지 못하고 있다.

하절기는 물론 동절기에도 심각한 전력 수급난을 겪는 근본적인 배경은 원가 보다 낮은 전기요금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력 수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전 건설 확대가 추진되면서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원가 변동 요인에 충실하지 못한 정부의 공공에너지 가격 관리 시스템이 초래한 다양한 부작용들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연관 산업에 연쇄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신 정부가 에너지 가격 체계를 원가 변동 요인에 충실하게 반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대목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임기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2%로 안정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물가 안정이냐 에너지 가격의 시장 기능 회복이냐의 사이에서 갈등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신 정부 출범 초기에 에너지 가격의 시장 기능 회복을 바로잡지 못하고 또다시 물가 안정이라는 명분에 밀려 말뿐인 구호에 그치게 된다면 에너지가격 구조의 왜곡을 바로잡는 일은 더욱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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