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처럼 인구 밀도가 높고 산지를 제외하면 토지 이용이 매우 집약적인 조건에선 풍력이나 태양광을 하기에는 땅이 좁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또 태양광은 햇빛이 잘 비치는 낮 시간을 제외하면 발전이 전혀 안되거나 발전량이 뚝 떨어지고 풍력발전기는 바람이 일정 수준 이상 불어야 가동되고 바람이 약해지면 돌아가지 않는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전기가 필요한 시간에 맞추어 전력 생산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얘기이다.

이런 얘기들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재생에너지의 약점이 극복 불가능한 장애물은 아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공급가능 잠재량은 전력수요의 대부분을 충당할만큼 충분하고 예측가능하거나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 발전, 수력, 해양에너지 등을 풍력, 태양광과 잘 조합해서 현재 활발히 개발 중인 다양한 전력저장장치를 활용하면 재생에너지 발전만으로 전력수요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전력망이 고립되어 있고 국토 면적이 협소한 우리나라가 덴마크나 독일처럼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구한다면 훨씬 힘든 장애와 난관에 직면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단번에 극복하는 거대 프로젝트 구상이 ‘동북아 수퍼그리드’이다. 이 프로젝트의 골자는 몽골 고비사막의 풍부한 태양광, 풍력자원을 개발하는 한편 몽골과 중국, 일본, 한국이 고압직류 송전망으로 전력망을 연결하여 세계 10대 에너지대국에 속하는 세 나라가 재생에너지전력을 소비하는 것이다.

이것은 북아프리카와 중동 사막의 대규모 태양열발전, 북해와 아프리카 해변가의 풍력발전 등을 거대한 전력망으로 연결하는 데저텍(Desertec)의 아시아판이라고 할 수 있다. 고비사막의 태양광과 풍력 잠재량은 한·중·일의 에너지수요를 충족하고 남을 정도로 풍부하며 일본과 한국은 축적된 기술과 풍부한 자본이 있고 중국은 고압직류 송전망 건설의 경험이 풍부하다.

이 프로젝트는 참여국의 경제적, 정치적 협력뿐만 아니라 고비사막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고압직류송전, 전력저장시스템, 원격제어, IT기술, 국가 간 계통연계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어야 하는 전례없는 거대 사업이다. 이 거대 프로젝트는 10년 전부터 참여국을 대표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논의를 시작하였고 지금은 IEA 태양광연구과제의 일환으로 관련 기획이 진행 중이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타당성조사, 현장테스트와 시범사업, 소규모사업 등을 거쳐 2030년부터 초대규모 설비와 계통망 연결을 추진한다는 로드맵이 합의되었다.

한편, 국가 간 전력망 연계는 거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관계없이 전력망이 고립된 일본, 한국에선 꾸준히 제기되는 과제이다. 국가 간 전력망이 연계되면 전력의 수출입이 가능해져서 각국의 장점을 잘 살려 전력생산과 공급에 효율을 기할 수 있다. 유럽 각국은 이미 이런 이점을 누리고 있다. 또 국가 간 전력망이 연계되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완화하여 재생에너지 이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새롭고 다양한 기술의 융합, 대규모 자본의 투입, 참여국 간의 외교적 논의 등 거대한 난관이 즐비하지만 동북아 수퍼그리드는 셰일가스 비전처럼 재생에너지분야의 원대한 도전이다. 이 도전이 현실화되면 세계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동북아 지역이 재생에너지로 전력의 상당량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여 원자력과 화석연료의 의존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