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조3000억원이 투입된 이 설비의 가동으로 GS칼텍스는 하루 평균 약 5만3000 배럴의 벙커-C나 아스팔트유 같은 저부가가치 석유제품을 휘발유나 경유 등 고부가가치 경질석유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번 상업 가동이 주목을 받는데는 GS칼텍스가 2004년부터 줄기차게 추진해왔던 중질유 분해시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간 GS칼텍스는 고도화설비 건설에 총 5조원을 쏟아 부었다.
이 회사가 중질유 분해 시설 프로젝트에 착수한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거둔 순익은 약 6조2359억원 규모로 기름 팔아 번 돈중 80% 이상을 이 사업에 투입했다.
심지어 GS칼텍스는 290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2008년에도 고도화설비 건설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지상 유전으로도 불리우는 고도화설비는 에너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석유산업을 수출 전략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원유 보다도 값이 낮은 벙커-C유나 아스팔트유 같은 저급 연료를 휘발유나 경유 같은 고부가가치 경질석유로 재탄생시키기 때문에 그렇다.
정제공정의 특성상 수율이 한정되어 있는 경질석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원유 도입을 확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고도화설비는 원유 투입량은 최소화하면서 경질유 생산은 극대화시킬 수 있으니 ‘유전이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유전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의미에서 ‘지상유전’으로 불리우고 있다.
GS칼텍스 이외에도 국내 모든 정유사들은 상당한 고도화 비율을 자랑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34%의 달하는 고도화비율을 기록중이고 S-OIL과 SK에너지 역시 20%대를 넘나 드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그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된 것은 당연하다.
국내 정유사들이 이익의 상당부분을 고도화설비 확충에 투자하는 배경은 간단하다.
원유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대한민국의 석유산업을 고부가가치 수출 전략 산업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선택인 것이다.
그 결과 국내 정유사 매출중 수출 비중은 이미 50%대를 넘어 섰고 지난해 기준 반도체나 자동차 등 주요 수력 품목을 제치고 1위 수출 효자 제품으로 자리매김하는 성과를 거뒀다.
단일 정제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수준인 규모의 경제와 높은 고도화 비율을 달성하며 수출 첨병으로 부상하고 있는 정유업계는 하지만 여전히 대중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정유산업의 연관 검색어는 폭리, 담합 등 어두운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다.
석유제품이 필수 소비재가 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정유산업의 불공정행위를 감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정제 원료인 원유가격 등에 연동돼 불가피하게 상승하는 기름값의 책임을 정유사로 몰아 부치는 오류는 시정돼야 한다.
오히려 국내 정유사들이 더 많은 원유를 도입해 부가가치 높은 석유를 생산하고 산유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 수출하는 모습을 응원하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유업계 실적 공시 자료에 따르면 영업이익률은 2~3%대에 그치고 있다.
많게는 9%대가 넘는 해외 메이저 석유회사는 물론 10%대가 훌쩍 넘는 국내 반도체, 자동차 철강 주요 기업들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에 대한 감시가 강화된 영향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꿋꿋하게 천문학적 자금을 고도화설비에 투자하고 전 세계 60여개국 이상에 고부가가치 석유를 수출하는 정유사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꾸짖을게 있다면 그 다음 차례다.
대견한 점을 사심없이 격려할 줄 아는 사회가 선진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