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내수 휘발유 평균값이 리터당 2000원이 넘으면 정부가 보유한 재고 휘발유를 풀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석유공사가 확보한 휘발유 재고물량 약 3500만 리터를 1리터당 1800원의 고정 가격에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일선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2000원을 넘게 되면 정유사 공급 가격이 1930원 수준에 형성돼 알뜰주유소는 리터당 약 130원 정도의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고 시중 기름값 인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물가차관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인데 정부의 시장 개입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말 이후 국제 석유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내수 기름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나 주유소는 국제 석유가격 인상분 만큼을 제대로 내수 가격에 반영시키지 못해 왔고 그 사실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 휘발유 현물 가격이 상승세로 반전된 지난해 12월 이후 2월까지의 상승분중 국내 휘발유 가격에 리터당 약 50원이 미반영됐다.

이 기간동안 정유사와 주유소의 유통마진도 리터당 각각 3원과 78원이 줄었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소비자가 고유가라고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리터당 2000원을 넘을 때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정부 보유 휘발유를 싼 가격에 특정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겠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국제유가와 환율 등의 영향으로 야기되는 고유가는 시장원리로 작동돼야 석유 소비 절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존 정책에 정부 스스로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 세금이 투입되는 에너지공기업인 석유공사의 재고 휘발유를 전체 영업주유소중 7%선에 불과한 알뜰주유소에 값싸게 방출시키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불공정한 요소를 안고 있다.

일반 주유소들도 납세자이자 행정 소비자이고 경제 주체다.

기름을 판매하면서 휘발유 가격중 50%에 가까운 유류세를 정부 대신 착실하게 걷어 주고 있고 에특회계 재원이 되는 각종 부과금도 징수 창구가 되고 있다.

에특회계는 석유공사에 대한 정부 출자 재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주유소들은 자신들이 거둔 제세부과금의 혜택을 입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에 내팽겨지고 있다.

국제유가 인상요인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알뜰주유소에 대한 부당염매를 조장하고 일반 주유소 더러 기름값을 더 내리라고 강요하는 모습은 불공정하기 그지 없다.

알뜰주유소 고정 가격 공급 정책을 발표한 정부는 최근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 예상과 달리 국제유가 상승 기조가 지속될 경우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재고가 소진되면 오히려 내수 기름값 급상승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수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을 넘어 서더라도 정부가 쉽게 재고 휘발유 저가 방출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물가 관련 정부 차관들이 모여 고심 끝에 내놓은 유가 안정책은 석유 사업자들에게 으름장을 놓기 위한 단순 압박용이었거나 아니면 환경 변화도 예측하지 못한 즉흥적이고 대중 인기영합적인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텐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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