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은 기자
지난 20일 열린 한국주유소협회 정기총회에서 축사에 나선 지식경제부 문신학 과장은 석유 유통 정책 설계와 진행 과정에서 힘든 일이 너무 많았다는 말로 시작했다.

국내 석유 시장은 파이를 늘리는 것이 아닌 기존의 파이를 나누는 일의 연속이기 때문에 누군가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이러한 이해관계를 정부 입장에서 조정하기가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다.

문 과장의 말대로 석유유통시장은 정부와 사업자 간, 사업자와 사업자 간에 찬반이 뚜렷하게 갈리는 일이 많다.

현재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석유 전자 수급 보고 시스템 문제도 그렇다.

지경부와 석유관리원 등 정부 측은 이 시스템의 시행을 통해 가짜석유를 확실히 근절하려 한다.이와 관련해 석유유통사업자들 사이에서도 자신들을 잠재적인 불법 사업자로 보는 것이 불편하다는 입장과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사업자들이 불법석유 유통자들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으로 찬반이 갈리는 형국이다.

석유유통시장의 파이 나누기는 RFS(신재생연료 의무혼합제도, Renewable Fuel Standard)에서도 나타난다.

RFS에서는 경유에 섞는 바이오디젤의 함량을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고 휘발유에 섞을 바이오에탄올도 시범보급과 성능 평가를 통해 2017년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바이오에탄올 혼합량 만큼 휘발유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염려하는 정유사의 입장과 RFS에 자신들이 생산하는 대체연료 함량이 높아지길 기대하는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에탄올 등 대체연료 관련업체의 입장이 갈리는 형국이다.

새로운 시장 파이를 만들어 내기 힘든 상황이라면 정부와 각 사업 주체들은 파이를 어떤 방식으로 나누는 것이 합리적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정책이 나오는 일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사업자들의 불만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사업자 간 충분한 의견 전달과 협의가 필요하며 때로는 큰 그림을 기대하며 자신의 이익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노력도 필요하다.

진부한 얘기일 수 있지만 서로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파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나누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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