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행정, 서자(庶子)에 머무를 것인가?
에너지 행정, 서자(庶子)에 머무를 것인가?
  • 김신 기자
  • 승인 2013.01.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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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 편집국장
박근혜 정권의 정부 조직 윤곽이 드러났다.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지난 15일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했는데 현 지식경제부의 메머드급 위상 강화가 눈에 띈다.

현재의 지식경제부에 통상 업무를 더해 산업통상자원부로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공룡 정부 부처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수위에 따르면 기업, 통상환경 개선과 통상 교섭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외교통상부의 통상기능을 지식경제부로 이관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 핵심은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를 외교통상부에서 분리시켜 지식경제부에 흡수시키겠다는 것인데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통상과 외교가 분리될 수 없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일견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가 발전 동력인 에너지산업 정책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에너지 관련 행정 업무 개편과 관련한 다양한 설(說)이 나돌았던 것이 사실이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에너지와 환경 업무를 통합시킬 것이라는 관측에서 부터 과거 동력자원부 시절처럼 에너지산업 분야를 떼어내 별도의 장관급 부처로 신설할 것이라거나 지식경제부 산하에 가칭 ‘에너지자원청’ 같은 독립된 기구를 조직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에너지 산업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에너지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해외 자원개발을 비롯한 각종 에너지 산업 현안 실무는 지식경제부가 주관하고 있다.

다만 해외 관련 사업은 외교의 영역이기도 해 외교통상부 장관 직속으로 에너지자원대사와 기후변화대사를 두고 해외자원개발사업 지원, 기후변화대응 관련 해외 협력 외교 등의 역할을 맡기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서는 이들 대사의 거취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

만약 산업과 통상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면 에너지자원이나 기후변화대사의 영역도 지식경제부로 가져오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상당수 에너지 전문가들은 독립적 에너지 정책을 수행하는 조직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번 정권에서도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본지는 최근 에너지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신정부에 바라는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미국의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처럼 학계, 시민단체, 생산자, 정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독립적 기구인 가칭 ‘에너지시장규제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거나 해외자원개발 사업 등을 효율적으로 주도해 범 정부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 에너지 업무를 산업부서에서 독립시켜 영국과 호주처럼 환경부의 기후변화 업무, 국토부의 건물 및 교통에너지 효율규제, 외교부의 기후변화협상 업무를 통합한 ‘에너지기후변화부’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에너지가 산업정책에 부속되는 것이나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에 대한 부작용을 염려했고 독립적인 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한 것인데 오히려 산업에 통상까지 더해진 공룡 부처의 변방에 내몰리는 듯한 모양새가 되고 있다.

에너지는 국가와 산업을 움직이는 동력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9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지만 전세계적으로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에너지 효율이 낮거나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 노력 등이 조저할 경우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에너지 수급 안보를 확보하고 정치 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가격 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현 지식경제부 안에는 에너지차관직이 존재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로 확대 개편될 경우 이 자리의 존치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에너지 행정에 대한 배려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에너지는 여전히 산업과 정치적 논리에 지배당하고 환경정책과 충돌하면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서자(庶子)’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