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알뜰주유소에 맛들린 정부가 알뜰충전소 도입까지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값에 이어 LPG가격 구조에도 메스를 대겠다는 것인데 역시나 유통구조 개선 말고는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국제 LPG 가격은 사우디 아람코사가 주도하고 있다.

아람코사가 매월 말 발표하는 공급가격(Contract Price)은 전 세계 LPG 공급가격의 기준이 된다.

이같은 가격 결정 구조는 LPG공급자 중심 시장에서 기인하고 있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의 산유국으로 LPG 공급량 역시 가장 많다.

특히 사우디는 생산 LPG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어 시장가격 지배력을 확보하는 동력이 되고 있고 타 LPG 생산국들은 카르텔을 통해 아람코사가 발표하는 CP가 전 세계 LPG 시장의 벤치 마크가 되는 상황을 즐기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한민국 정부가 개입해 국제 LPG 가격 체계를 개편할 여지는 희박하다.

정부는 정유사의 부산물 LPG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도 고민중이다.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얻는 부산물 LPG 가격이 수입 LPG에 비해 낮기 때문인데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LPG 생산량을 정유사들이 원유 투입량을 높이거나 생산수율을 조정해가면서까지 높일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안은 유통 구조를 쥐어짜는 것 뿐이다.

알뜰주유소 정책처럼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인데 알뜰충전소를 만들거나 석유공사를 통해 LPG를 수입하는 방안이 검토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들 방안과 관련해 정부는 LPG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유효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만3000여 곳에 달하는 주유소와 달리 충전소는 2000여 곳에 불과하고 택시 사업자 등 LPG 소비 주도층은 이미 유가보조금을 받으며 정부 보조가 이뤄지고 있는데 추가적인 정부 재원을 투입해가며 알뜰충전소를 만들고 LPG를 수입하는 리스크를 떠안는 것에 부담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 대책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특히 생필품이자 서민층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 동력이 되는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는데 그 누가 이견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 방법이 문제다.

석유나 LPG 내수 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국제 에너지 가격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은 소비국들간 국제적 공조 체계가 갖춰진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마른 수건 또 다시 짜는 격으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민간 사업자와 경쟁하고 에너지 가격을 내리도록 내모는 것은 국가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정부 스스로가 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9대 국회 들어 처음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알뜰주유소 정책 등 정부의 인위적 석유시장 개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적지 않았다.

이런 시점에 또다시 LPG 가격 안정화를 명분으로 시장 개입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명백한 행정력 남용이고 전시행정에 불과하다.

지난해 정부는 국제 LPG 가격이 오르면서 내수 가격에 영향을 미치자 LPG가격 분산반영 방안을 연구한 바 있다.

내수 가격 기초가 되는 국제 LPG가격을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 아래 환율이 급등하거나 LPG 수입가격이 급등할 경우 변동분을 이연시켜 분산 반영하는 고육책까지 고민했던 정부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열쇠를 쥐고 있는 유류세는 손대지 않으면서 민간 사업자만 더 경쟁해 가격을 내리라고 강요하는 정책이 얼마나 지지를 받을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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