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우월적 지위남용․부당 거래 거절에 초점

농협중앙회가 단위조합 석유판매점들을 한데 묶어 정유사를 통한 공동구매사업의 확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에쓰-오일을 비롯해 SK, LG정유,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개 정유사와 계통구매계약을 맺고 단위조합 석유판매점들에 대한 알선사업을 확대 추진중에 있다.

계통구매란 비료와 농약, 석유 등 농민들의 주요 소비제품에 대해 농협중앙회가 직접 생산사 등과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단위조합 등에 알선공급하는 형태의 거래를 이른다.

석유제품의 경우 농협중앙회를 통한 계통구매거래는 많지 않은 반면 단위조합 석유판매점들이 개별적으로 정유사나 대리점 등의 석유공급사들과 공급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 들어 농협중앙회와 계통구매계약을 맺는 정유사가 늘어 나면서 단위조합에 대한 참여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석유대리점들의 계통구매 참여를 제한시키며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거래거절 행위의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고 석유유통협회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 대리점 공급권, 정유사로 이전-

바게닝파워를 앞세워 전 정유사와 계통구매계약을 맺는데 성공한 농협중앙회는 산하 단위조합 석유판매점들을 끌어 안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단위조합이 정유사나 대리점과 개별적으로 체결한 공급계약이 만료되면 중앙회의 계통구매라인을 통해 석유제품을 공급받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도 약속하고 있다.

중앙회의 계통구매에 참여하는 조합의 유류담당직원에게 제공되는 특별승진기회를 확대하고 유통운전자금을 비롯한 각종 시설물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중앙회 차원에서 주유소당 1억원, 석유판매소는 5천만원까지 무이자 자금지원도 추진중에 있다.

알선구매계약을 통해 농협중앙회가 정유사로부터 받게 되는 리터당 3원의 수수료중 50%에 대해서도 해당 단위조합에 추가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중앙회가 내세운 막대한 인센티브 앞에서 단위조합의 계통구매 참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들과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석유대리점들은 졸지에 거래처를 잃고 있다.

- 막강한 인센티브 앞세워 계통참여 부추겨-

계통구매계약을 통해 석유대리점을 배제하려는 농협중앙회의 시도에 대해 석유대리점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시정 건의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석유유통협회는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문을 제출하고 농협중앙회의 불공정한 계통유류사업을 즉각 중단시켜줄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유통협회의 김복주 상근부회장은 “농협중앙회가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계열 석유판매점들에 대한 계통구매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대리점과의 거래를 배제하는 부당한 거래거절행위를 일삼고 있어 이에 대한 시정을 요청하고 됐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의 계통구매조건이 일반 석유유통사업자들과의 형평성에도 크게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정유사와 맺은 알선계약에 따르면 시장현물가격을 기본적인 공급가격조건으로 책정하고 월말 사후정산토록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리터당 3원씩의 알선수수료도 챙기고 있다.

단위조합 개별 석유사업자들의 영업여건에 따라 개별적으로 석유공급자와 추가 장려금을 약속받는 규정도 계약서상에 명문화했다.

계통구매계약의 본질인 알선구매의 특성상 농협중앙회는 정유사와 계열 석유판매점들간의 단순한 매개역할만을 통해 앉아서 엄청난 수수료를 챙길 수 있게 된다.

석유 판매점들 역시 중앙회의 바게닝파워를 등에 업고 일반 석유판매점보다 유리한 거래조건을 보장받게 된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농협 중앙회의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중인 상황이다.

독점관리과 관계자는 “지난 8월 석유유통협회에서 농협중앙회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시정을 건의해 왔고 공정거래법상 적용대상(위반 행위 대상)이 된다고 판단해 현재 관련 사실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협계열 석유판매점은 주유소 2백64개소와 석유일반판매소 6백34개소 등 총 8백98개소가 운영중에 있으며 이중 약 3백여개 판매점이 석유대리점과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상태로 중앙회는 내년중으로 전 석유판매점을 계통구매사업에 참여시키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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