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정부가 시중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인하하겠다고 내놓은 알뜰주유소 정책이 여러 가지로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시설개선자금과 금융 대출 지원, 외상거래 허용 등 파격적인 특혜에도 불구하고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만큼의 기름값 효과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최근에는 알뜰주유소중 처음으로 대열에서 이탈된 사례까지 발생했다.

서울 형제주유소가 휴업에 들어간 것인데 석유공사로부터 공급받는 기름가격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판매가격 인하에 대한 정부측의 압박이 심해 수익성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알뜰주유소중 법정 석유 품질기준을 위반한 업소도 벌써 3곳에 달하고 있다.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알뜰주유소 조차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하게 된 셈이다.

알뜰주유소 정책이 유탄을 맞는 사이 의미있는 에너지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

국회 이강후 의원은 지난 12일 ‘가짜·탈세석유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주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연세대 김동훈 교수는 가짜·탈세석유를 근절시키면 리터당 129원의 유류세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는 이렇다. 2010년 기준 정상석유 대비 가짜경유는 약 28%, 가짜휘발유는 약 6%가 유통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한 탈루세액은 연간 1조7000억원 수준으로 분석됐고 여기에 무자료거래·유가보조금 부정수급·해상영세유와 농어업면세유 불법거래 현황까지 합치면 한해에 3조7000억원 이상의 세금이 탈루된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리터당 781원의 유류세를 놓치고 있는데 가짜석유가 근절되고 정상석유 소비로 연결되면 리터당 130원 가까운 세금 인하가 가능하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영세 주유소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혈세를 투입해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알뜰주유소 정책 추진 의지를 가짜와 불법 석유 척결에 쏟았더라면 기름값 인하에 더 큰 효과를 거둘 수도 있었던 셈이다.

지난 8월 9일 기준 정부가 석유공사를 통해 알뜰주유소에 외상거래 여신을 제공한 금액은 42억87000만원에 달하고 있다.

정부 출자 기관인 신용보증기금도 7월말 기준 알뜰주유소 운영자금으로 80억원을 보증했다.

이외에도 시설물 개선 자금, 셀프주유소 설치 융자, 석유품질보증협약 비용 등 정부의 알뜰주유소 지원책 등을 감안하면 이미 수백억원이 풀렸다.

국내 유일한 가짜석유 단속 법정 기구인 석유관리원의 한 해 예산은 지난해 기준 314억원, 이 중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직간접 예산은 236억원에 그치고 있다.

알뜰 정책 예산중 일부를 석유관리원에 더 투입해 가짜석유 근절을 더 독려하고 국세청과 지자체, 검찰과 경찰 등 정부 기관간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는데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알뜰주유소처럼 북치고 장구치며 기름값 내리겠다고 요란하게 생색내는 정책도 필요할 수 있겠지만 한해 수조원의 세금이 누수되는 가짜석유를 소리내지 않으면서 체계적으로 차단해 세원을 양성화시키고 유류세를 인하하는 동력으로 삼는 것이 국민들에게 더 큰 환영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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