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산업 선진화, 반대측에 귀 기울여라
가스산업 선진화, 반대측에 귀 기울여라
  • 김신 기자
  • 승인 2012.09.1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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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 편집국장
해묵은 가스산업 선진화 논란으로 또 다시 시끄럽다.

정부가 도시가스사업법령 입법예고하고 천연가스 직도입 사업자의 저장시설 기준을 완화하면서 가스공사 노조를 비롯한 일부 도시가스 사업자들이 반발하는 모양새다.

모양새는 달랐지만 2000년대 들어 정부는 끊임없이 천연가스 도입·도매시장 개방 정책을 추진해 왔다.

때로는 가스산업구조개편이라는 이름으로 또 때로는 가스산업 선진화·경쟁 체제 도입이라는 명칭으로 포장은 달랐지만 끊임없이 시장 개방 정책을 쫓아 왔다.

그 과정에서 발전사 등 천연가스 소비처의 직도입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등 가스공사 독점 도입 체제는 무너진 상태다.

정부가 가스산업 선진화라는 끈을 놓지 못하는 근본적인 배경은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천연가스 도입과 도매 분야에 경쟁체제가 구축되면 시장 경제 원리가 작동해 가스 요금 인하로 이어지고 국민 편익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추진과정에서 가스공사 노조 등의 반대에 번번이 발목이 잡혀 왔다.

가스산업에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 밥그릇이 줄어 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가스공사의 집단 이기적인 반발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인데 국회나 시민단체 등 다양한 오피니언 리더 그룹까지 동조하고 있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법하다.

본지가 창간 15주년을 맞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가스산업 선진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대다수 의원들이 ‘우려’하는 입장을 내놨다.

가스 도입, 도매 부문이 개방될 경우 수익 추구가 존재 이유인 재벌기업에 특혜를 보장하게 되고 오히려 가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세계 천연가스 시장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 시장이다. 또 천연가스의 특성상 계약 단계에서 장기 구매가 전제돼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순수입국 입장에서도 중장기 적인 수급 계획에 근거해 천연가스 도입 계약이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가스 도입시장이 복수 체제로 전환되면 가스공사와 민간사들이 LNG 확보 경쟁을 벌여야 하고 공급자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우리 끼리의 경쟁으로 전락하면 오히려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단일 기업으로 세계 최대 천연가스 구매자인 가스공사의 협상력을 키우는 것이 가격경쟁력 확보나 수급 안보를 지키는데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민간기업들이 스팟성 위주의 가스 도입에 나서게 되면 국가나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중장기적인 수급 플랜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도 가스산업 선진화의 반대 논리가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모 에너지기업이 천연가스 직도입을 정부측에 신청했다 포기하면서 가스공사가 수급에 애로를 겪은 바 있다.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천연가스 시장은 변하고 있고 생산자 중심 시장에서 구매자 우위 마켓으로 언제든지 바뀔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정책은 미래에 대한 예측과 일관성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18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정부는 가스 저장시설 기준 완화라는 카드를 내세워 또다시 추진하려 하고 있고 대다수의 지경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반대하는 양상이다.

오는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예고되는 대목인데 정부는 ‘경쟁이 곧 선진화’라고 포장하는데만 열중하지 말고 반대하는 목소리에 귀기울이려는 균형감이 필요하다.

그래도 정부의 지향점이 옳다고 판단된다면 분명한 근거와 논리로 설득시키려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