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4곳의 석유대리점이 수입업 등록을 마쳤다.

또 다른 대리점들도 수입업 전환을 추진 중이다.

내수 시장에서 도소매 역할을 담당하는 석유대리점들이 수입업까지 나서는 배경은 정부의 수입석유 특혜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석유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겠다며 이달부터 수입되는 석유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리터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면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수입석유는 국내 정유사가 공급하는 가격보다 앉아서 리터당 50~60원의 인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석유대리점 입장에서는 정유사에서 공급받는 것보다 차라리 수입해서 파는 것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이윤도 극대화 할 수 있다.

석유수입업 등록 요건을 크게 완화시킨 것도 대리점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현행 석유사업법령상 석유대리점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700㎘ 이상의 석유저장시설과 50㎘ 이상의 수송차량을 확보해야 한다.

자본금도 1억원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와 마찬가지로 최상위 석유공급자인 석유수입업 등록 요건은 간소하다.

정부는 석유산업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석유수입업에 대해서만 등록 문턱을 크게 낮춰 저장시설 확보 의무를 연간 수입 계획 물량의 45일분에서 30일분으로 조정했다.

벌크제품인 석유를 수입, 유통하기 위해서 저장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당초 수입업 등록 조건으로 저장시설을 직접 소유하거나 1년 이상 독점적으로 임차하는 것을 의무로 내세웠는데 이제는 한 저장탱크를 다수의 석유수출입업자가 공동 사용하는 것도 허용한 상태다.

연간 내수 판매량의 30일분에 달하던 비축의무도 폐지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대리점을 유지하는 요건만으로도 최상위 공급자인 석유수입업 등록이 가능하고 정부가 수입석유에 파격적인 세제 특혜까지 제공한다니 정유사와 거래하느니 값싼 석유를 도입해 더 많은 이윤까지 챙길 수 있어 꿩먹고 알도 먹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별다른 투자없이 석유수입업에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셈이다.

정부가 석유수입업 등록 장벽을 낮추고 수입석유에 특혜를 준 것도 사실 이같은 효과를 노린 것이다.

석유수입사가 늘어나고 도입물량이 증가해 국내 정유사를 압박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내수 기름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문제다.

수십조원을 투자해 정제시설을 건설하고 고도화설비 구축에 앞장서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 정유사는 여전히 원재료인 원유를 수입할 때 마다 3%의 관세를 물고 리터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을 납부해야 하며 리터당 11원 정도의 원가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바이오디젤을 2%씩 경유에 혼합해야 한다.

정유사의 손발은 꽁꽁 묶어 놓고 수입사와 수입석유에 인위적인 특혜를 제공하고 있으니 정부 덕에 석유수입사들은 대동강물을 팔아 돈 번 봉이 김선달이 되고 있다.

내수 장치 산업에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역차별 정책을 시행하면서까지 기름값을 내리겠다는 우리 정부는 정작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있다.

제 호주머니 터는 것은 아깝고 시장 경제 원칙마져 깨트리며 민간기업 주머니 털면서 물가 낮췄다고 신나라 홍보하는 정부를 그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비단 석유시장만의 일이 아닐 수 있으니 국내 모든 산업이 경계하고 대비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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