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택시업계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주유소사업자들은 동맹휴업을 선언했다.

지난 20일의 일이다.

한쪽에서는 기름값을 낮춰달라고 시위하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정부의 기름값 인하 정책에 항의하는 모양새다.

에너지 소비자와 에너지 판매자라는 상반된 입장에서 정부에 항의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공통점이 있다.

이들 집단이 대정부 투쟁에 나선 배경은 높은 기름값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LPG가격이 급등하면서 연료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택시 사업자들은 연료 다원화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택시사업자가 클린디젤이나 CNG 같은 연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이들 연료에 유가보조금을 지급해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택시연료로 사용되는 LPG가격이 2009년 6월 기준 리터당 769원에서 올해 4월 현재 1144원으로 48.7% 상승하면서 택시운송원가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수준까지 올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주유소 사업자들도 높은 기름값에서 비롯되는 경영 압박을 견디다 못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유류비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주유소의 가격 인하 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유소당 판매량은 1000드럼 미만으로 떨어졌고 매출이익률은 2~3% 수준으로 곤두박칠 쳤다.

기름값이 높아지면서 정률제가 적용되는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은 덩달아 커지고 있다. 경쟁을 유도해 기름값을 낮추겠다며 정부는 혈세를 투입해 알뜰주유소를 확대 보급중인데 그 지원에서 소외된 주유소들은 또 다시 출혈 가격경쟁에 나서야 한다.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영업주유소 수가 감소세로 전환됐을 만큼 열악한 경영환경에 처해 본격적인 구조조정 시기에 접어 들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는데 정부는 한계에 도달한 영세 주유소들을 알뜰로 전환시키고 외상자금과 시설지원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산소호흡기를 매달아 소생시키며 일반 주유소와 가격경쟁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내수 석유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장 큰 배경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이다.

치솟는 국제 에너지 가격을 통제할 수 없는 정부는 에너지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희생만을 강요해왔다.

국제 LPG가격을 지배하는 사우디 아람코사는 지난 3월 공급가격을 사상 최고 수준인 프로판은 톤당 1230달러, 부탄은 톤당 1180달러를 결정했지만 정작 국내 LPG 수입사들은 내수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다.

정부의 물가안정정책에 협조한다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인상 유보 압력이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름값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자 정부는 정유사와 주유소 등 석유사업자의 경쟁을 촉진시켜 기름값을 낮추겠다며 자원개발 공기업인 석유공사를 석유유통사업에 진출시키고 알뜰주유소를 도입하는가 하면 휘발유를 캔에 담아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다.

대중교통의 중요한 축 중 하나인 택시업계는 요금 인상은 유보된 체 치솟는 LPG 연료 가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똑같은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사업자는 도심 대기질 개선을 이유로 가격경쟁력이 우월한 CNG 보급을 지원중인데 택시사업자는 제외되고 있으니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지난 5월 정부는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고유가에 대응하자며 석유소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의 고유가 상황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에너지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인내해라’, ‘기름값이 비싸니 아껴 써라’로 요약된다.

‘유류세 인하’라는 카드는 숨겨놓은 체 말이다.

택시와 주유소업계가 정부에 반발하며 나섰고 인내가 한계에 달한 그 누가 또 다시 정부의 멱살을 잡고 하소연할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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