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승온 기자
건국이래 처음으로 ‘정전위기 대응훈련’이 실시된 지난 21일. 훈련이 시작될 무렵 기자는 한 취재원과 강남지역의 대형 커피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예정된 훈련시간인 오후 2시가 되자 20분간 두 차례에 걸쳐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커피숍 내부에 있던 손님 대부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직원들 역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기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커피숍 천장에 촘촘히 설치된 수많은 조명이었다. 가게 벽면이 햇살이 들어찰 수 있는 통유리였기 때문에 불필요한 조명들 없이도 충분히 밝은 실내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터였다.

지난해 정전사태가 벌어진 9월15일 다음날 한강다리에서 화려한 조명과 함께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던 분수쇼가 오버랩되기도 했다.

하계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서 몸부림을 치는 순간 다른 한편에선 불필요한 전력을 낭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직은 ‘전력위기’나 ‘에너지절약’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지경부 이관섭 에너지자원실장 역시 훈련이 종료된 후 “현장점검 결과 일부 상가에서 문을 열고 냉방기를 가동하는 등 여전히 전력낭비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가게 점주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인식변화도 수반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훈련으로 화력발전소 10기에 해당하는 500만kW의 전력을 절감하는 등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자평했다.

산업계와 국민들이 전기절약에 조금씩만 힘을 보태면 하계전력난 극복은 물론 국가에너지절약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훈련을 계기로 국민발전소 건설 캠페인을 정례화하는 등 절전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7월부터는 냉방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공공기관이나 산업체 노력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는 시점이다.

특히 정부는 신규 대형발전소가 준공되는 2014년 전까지는 전력부족이 연중 상시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인식 변화를 통한 ‘절전 생활화’가 원활한 하계 전력수급을 위한 첫 번째 해결점이라는 사실을 더욱 알려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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