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가스 순 수입국으로 에너지자원의 해외 수출을 차단하고 있는 미국에서 가스공사가 LNG를 수입하게 됐다.

가스공사는 최근 사비안패스사와 2017년부터 2036년까지 연간 350만톤의 LNG 수입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산유국이지만 자국내 에너지 소비량을 충당하지 못해 원유와 가스 수출을 금지해왔던 미국에서 셰일가스 개발이 붐을 이루면서 가스 수출을 승인했고 우리나라의 가스공사가 동북아 국가중 처음으로 미국산 가스 수입을 이끌어 냈는데 도입선 다변화, 바잉파워 극대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번 계약에서 특히 돋보이는 대목은 유연한 계약 조건을 가스공사가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천연가스 매매계약(Sales and Purchase Agreement)은 구매자에게 불평등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TOP(Take or Pay)조항으로 약정 물량을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구매계약을 맺은 당사국 안에서만 가스를 소비해야 하는 도착지 제한조항(Destination Clause)도 독소조항 중 하나다.

이같은 불평등계약에 가스 구매 기업들이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은 산유국의 카르텔 때문이다.

실제로 도착지 제한조항이 명문화되지 않아 가스 수입국에서 제3국에 재판매할 경우 가스를 수출한 산유국과 경쟁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시장지배력이 훼손될 수 있다.

하지만 가스공사가 이번에 미국과 체결한 계약은 TOP나 도착지 제한 등의 불평등한 옵션이 배제됐다.

계절별 가스 수요 편차가 큰 우리나라 입장에서 전통적 불평등 계약 조건을 적용받지 않게 되면 내수 소비 변화에 탄력적이고 경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구매력을 갖고 있는 가스공사가 바잉파워를 활용해 산유국에서 도입한 가스를 제3국에 재판매하며 가스 수출기업으로 변신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가스공사가 미국에서 매우 이례적이면서 유연한 구매 계약을 이끌어낸 것을 계기로 기존 가스 수입국에도 동등한 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산 LNG 수입계약은 가스공사의 경쟁력이 에너지 도입 비용을 낮춰 산업계를 비롯한 모든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줄여 국가 경쟁력과 연결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에너지자원특별회계 예산으로 가스공사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융자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물가 안정을 이유로 도입비용 상승분을 내수 가스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350%가 넘는 부채율, 4조원이 넘는 미수금을 떠안고 있는 가스공사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가스전 개발에 나설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게 됐다는 측면에서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가스요금이 현실화되지 못하면 전 세계적으로 붐이 일고 있는 셰일가스전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진다.

도입을 목적으로 지분 참여한 가스전 개발 수익은 내수 가스 요금을 낮추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 재원을 해외자원개발에 투입하면 더 큰 국부 창출이 가능해질 수 있다.

에특회계에서 가스공사에 융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스도입계약에서 유리한 계약조건을 따내고 해외자원개발사업에 공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와 소비자가 만들어 주는 것이 더욱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