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서울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 운영중인 바이오디젤 혼합유 전용 주유소의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이곳에서 판매할 BD20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BD20은 일반 경유 80%에 바이오디젤 20%를 혼합한 고농도 바이오디젤 혼합유로 공공기관 차량, 레미콘이나 버스 등 대형 경유차량을 보유한 석유 자가소비처 등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바이오디젤 면세 혜택이 폐지되고 일반 경유 대비 공급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시장 경제성이 상실됐고 공급하겠다는 생산업체도, 사용하겠다는 관공서나 민간기업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총 1871㎘까지 공급됐던 BD20은 올해 들어 실적이 전혀 없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3곳의 BD20 전용 주유소 역시 휴면상태에 들어갔다.

정부가 지난 2006년 아시아 최초로 바이오디젤 혼합유 상용화에 나섰고 올해 들어서는 시중에 유통되는 경유에 일정 비율을 의무 혼합하도록 법제화한 배경은 에너지원 다양화, 석유위기 대응, 환경개선 효과 때문이다.

특히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바이오디젤이 탄소중립원으로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한다는 점을 공식 인정한 상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경유를 대체해 바이오디젤 혼합유를 사용할 경우 경유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2.59톤/㎏을 감축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바이오디젤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고 재정손실이 크다는 이유로 올해부터 유류세 면세 혜택을 페지시켰다.

정유사가 공급하는 경유에 바이오디젤이 2% 혼합될 때 면세로 인한 정부 재정 손실은 한해 1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 스스로가 발표한 자료에서 바이오디젤 보급에 따른 환경개선 편익이 2000억원을 넘는다고 언급된 것을 감안하면 대기환경개선에 투입되어야 할 재원보다 더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니 면세 폐지의 변명이 궁색할 따름이다.

정부는 면세 혜택을 폐지하면서 바이오디젤 혼합을 의무화시켜 꿩먹고 알먹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면세 혜택이 폐지된 바이오디젤을 정유사 생산 경유에 의무적으로 혼합시켰고 그로 인한 기름값 상승 요인을 소비자가 떠안도록 했으니 재정 손실은 막고 환경개선 편익도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고농도 바이오디젤 혼합유에 대한 장려 정책만큼은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 예산으로 BD20 전용주유소를 건설하고 청소차량 등의 연료로 보급했던 배경은 공공 차량 운행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실천적 의미와 더불어 시민이나 기업에게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깨우쳐주고 같이 동참하라는 선언적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서울 강동구는 관내 학교들과 협약을 맺어 가정에서 버려지는 폐유지 회수 사업을 벌이고 있고 전북 전주시는 공동주택에 폐유지 회수 용기를 무상으로 보급해 바이오디젤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면세폐지로 인해 버려지는 폐유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재활용하는 사업조차도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처지에 내몰렸고 관련 사업들은 줄줄이 중단되고 있다.

면세 폐지로 BD20 가격이 리터당 116원 정도 상승했으니 공공기관이나 민간업체 소비자들은 BD20 구매를 포기하고 일반 경유로 선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석유현물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꾀하겠다고 수입 경유에 대한 무관세 혜택 등에 더해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도 예외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곳에서 거래되는 수입 경유는 바이오디젤이 혼합되지 않아도 된다.

바이오디젤 혼합이 예외 적용되면서 실제 경유 수입량이 얼마나 늘어날지, 기름값 인하 효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실증적 고민없이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행정소비자 입장에서 정부 정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에 있다.

정책 집행의 우선 순위가 정해졌으면 훼손시키지 않는 일관성도 필요하다.

하지만 수송연료중 유일하게 상용화되어 있는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디젤 정책은 기름값 인하 정책에 밀리고 정부 재정 손실 우려에 치여 갈팡질팡하고 있다.

바이오디젤 보급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의무혼합대상에서 예외를 둬서는 안된다.

버려지는 폐유지를 재활용시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시키려는 일선 지자체와 시민들의 노력을 감안해 제한적으로라도 면세 혜택을 부여하는 탄력적 사고도 필요하다.

바이오디젤 보급 정책을 세우던 초심으로 돌아가 원칙과 명분에 다시 충실하려는 자세가 또다른 정책 불신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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