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승온 기자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도파악과 밑그림이라고 한다. 이 준비단계가 비틀어져 버리면 그림을 아무리 열심히 그리더라도 당초 기대했던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잘못된 밑그림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추진했다면 계획했던 사업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표류해버릴 것이고 결국 ‘실패한 작품’이라는 오명만 남게 된다.

산림청에서 추진한 펠릿보일러 보급사업이 그런 케이스였다.

산림청은 지난 2009년부터 농산촌 주민들의 난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펠릿보일러 보급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국비와 지자체 보조금이 70%에 달하며 연료비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점 때문에 기존 펠릿보일러 생산업체를 비롯해 신규업체까지 수많은 사업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사업초기에 제대로 된 인증기준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사업자들의 참여 문턱을 낮춘게 실수였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때문에 단기간 내 많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판단하고 참여한 영세 업체들이 기술적 한계를 드러내며 줄도산한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폐업한 업체의 보일러를 이미 구입한 소비자들이었다.

산림청은 결국 지난해 말 펠릿보일러 보급사업의 판을 다시 짜기에 이르렀다.

준비단계라 할 수 있는 ‘품질인증기준’을 새롭게 마련하며 인증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50개가 넘는 업체가 주택용 사업에 참여했으나 올해는 5개 내외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산림청은 전망하고 있다.

강화된 인증기준으로 현재까지 보급사업 기술평가에 신청한 업체가 단 6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증기준에 못미치는 업체들은 사업에 참여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소수의 업체들이 보급 사업을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겠지만 그만큼 엄격한 선별과정을 거쳤다는 의미인 만큼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보장 될 것으로 기대된다.

펠릿보일러 보급 사업은 다시 보급초기 단계로 되돌아온 셈이다. 지금은 확실한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어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기술력과 품질에 대해서 만큼은 엄격한 잣대가 계속 적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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