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대표 서영태)가 농협 계열 석유판매점을 통해 제주지역에 첫 상륙한데 이어 일반 석유유통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어 가격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현대오일뱅크와 제휴조인식을 통해 계통구매계약을 체결한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본부장 진창희)는 이달 1일 대정농협의 석유일반판매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제품공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와 LG정유, 에쓰-오일 등 3개사가 진출해 있는 제주지역에 현대오일뱅크가 첫발을 내딛는 전환점이 마련됐다.

현재 제주농협 회원조합에서 운영중인 석유판매점은 주유소 6곳과 석유일반판매소 7곳 등 총 13곳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는 대정농협 석유일반판매소를 시작으로 3일 남원농협 주유소, 11일 한림농협주유소에 회사의 폴사인을 꼽게 됐고 이달안으로만 추가로 조천농협과 함덕농협에 석유를 공급하게 된다.

또 4월 효돈농협주유소를 시작으로 표선농협과 위미농협 등 나머지 석유판매점에 대한 상표변경작업을 6월안으로 마무리짓게 된다.

결국 6월 이후 제주도내 모든 농협계열 석유판매점은 현대오일뱅크의 상표를 달고 석유를 판매하게 된다.

▶제주농협의 석유사업장을 통해 판매되는 경질 석유가 지난 2003년 기준 21만드럼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현대오일뱅크는 제주지역 진출을 위한 최소한의 안정적인 판매물량을 확보하게 됐다.

그 여세를 몰아 일반 소매시장 진출도 모색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북제주군 애월읍 고내리에 총 5만2000드럼용량의 저유소 공사를 마무리진데 이어 서귀포시에도 석유저장소 건설을 추진중이다.

제주도의 남과 북을 잇는 애월과 서귀포에 저장시설을 확보하면서 전 권역내 석유공급이 가능해진 셈이다.

‘탐라석유’라는 석유일반대리점과도 공급계약을 맺었다.

주유소협회 이원용 제주지회장은 “현대오일뱅크가 제주도내에서 최소한 30곳 이상의 주유소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오일뱅크측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김규태상무는 “카드마케팅은 정유사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중의 하나인데 그동안 제주지역에 진출하지 못해 고객만족도를 극대화시키지 못해 왔다”며 “농협을 시작으로 일반 석유유통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시점도 올해안으로 못박았다.

하지만 경쟁 정유사와 거래중인 기존 주유소를 유치하기 보다는 신규채널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혀 직영 석유판매점을 자체 건설하는 작업도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의 제주진출로 지역내 가격할인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농협본부 유통자재팀의 강재탁과장은 "현대오일뱅크에서 공급받은 석유가격이 기존 거래 정유사에 비해 유종별로 리터당 60~90원까지 낮다"고 밝혔다.

계통구매계약으로 석유구매가격이 낮춰지면서 농협 계열 석유판매점이 잇따라 판매가격인하를 시도중이어 가격할인경쟁이 일반 석유유통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일반 석유사업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정유사의 상표를 달고 있는 주유소사업자는 “농협계열 석유판매점들이 가격을 크게 인하하면서 석유판매량에 큰 영향을 받고 있어 대리점에 공급가격인하를 요구중”이라고 밝혔다.

3일 현대오일뱅크로 상표를 변경한 남원농협주유소 관계자는 “주변 일반주유소사업자들의 반발이 심해 석유가격 인하수준이 리터당 40원선에 머물고 있지만 조만간 판매가격에 전액 반영할 것”이라고 말해 가격인하경쟁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원용 지회장은 "현대오일뱅크의 제주진입으로 이미 심각한 가격경쟁이 촉발되고 있어 조만간 운영위원회를 열고 현 거래선에 공급가격 인하 등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등의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용지회장은 또 “제주지역 주유소의 월평균 판매량이 6~7백드럼에 불과한데다 정유사 직영주유소의 비율이 높아 현대오일뱅크가 가격을 무기로 진입하면서 출혈경쟁이 촉발되면 자영사업자들의 도산이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