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천연가스 열량범위제도 도입 방안을 확정했는데 소매사업자인 도시가스업계의 불안이 여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는 도시가스의 열량이 1만400kcal/㎥에 맞춰 공급되고 있는데 오는 7월부터는 9800~1만600kcal/㎥ 범위안에서 공급이 이뤄지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 가스 열량이 점차 낮아지고 있고 열량이 더 낮은 비전통가스 생산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에 맞추려는 것으로 고열량가스 의존도가 줄어들게 되면 가스 수입 선택폭이나 도입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또한 그간 천연가스의 고열량을 유지하기 위해 열조용 LPG를 혼합해 왔지만 저열량화 추세가 정착되면 LPG 혼합 필요성이 없어져 그 만큼의 비용 절감도 기대된다.

다만 천연가스 저열량화에 따른 소매 사업자의 불안이 여전하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도시가스사 상당수는 현재의 열량에 맞춰 가스공급관을 설치했는데 저열량화가 되면 확관(擴管)공사를 하거나 공급 압력을 높이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비용은 가스공사의 지원이나 소매요금에 반영할 수 있다지만 최종 수요가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전력 수요 분산과 가스 수요 창출을 목적으로 가스히트펌프(GHP) 보급을 장려 중이고 가스가 저열량화 되면 기기 조정 작업이 필요한데 전국에 보급 중인 GHP의 실태 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일부 대형 산업체에서는 가스 저열량화에 대응한 ‘열량계’ 설치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열량범위제가 도입되면 부과 요금도 기존 부피(㎥) 계산에서 열량(MJ) 단위로 전환되는 만큼 최종 수요가에서 사용하는 가스의 열량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곧 연료 가격 산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체에서 열량계를 설치하려는 더 큰 이유는 가스 열량이 낮춰질 경우 생산 공정상 하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은 물론 섬유, 전자, 화학, 기계공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에서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 중인데 열량이 낮아지면서 생산품에 대한 하자 등이 발생할 경우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부와 가스공사측은 열량기준 변경에 따른 산업체 등의 피해 가능성을 꾸준히 점검해왔고 그에 대한 피해 보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선 도시가스 사업자들은 가스 저열량화에 대한 산업계의 이해도가 여전히 높지 않고 실제 적용과정에서 관련 산업기기들의 튜닝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생산 공정에서 불량품 양산 등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버스 등 차량에 대해서도 실증엔진테스트가 이뤄졌고 열량범위제가 도입되면 평균 열량이 약 3% 정도 떨어질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지만 실제 필드 테스트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연가스 연료의 저열량화가 운행 차량의 등판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천연가스 열량범위제는 수 년전부터 정부, 가스공사, 도시가스업계가 공동으로 참여·논의해 시행 시점을 정한 만큼 대책없는 이의 제기나 시비라고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열량범위제 도입 여부는 단순히 가스업계간 합의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수많은 가구와 산업체 등 최종 수요처의 요금, 생산공정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여 있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시행시점에 연연하기 보다는 정부와 가스 공급자, 소매사업자, 수요자가 모두가 대응하고 공감할 수 있는 충분한 과정과 여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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