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특위 통과… 2015년 시행 유력

산업계, 경쟁력약화·일자리 감소 반대 극심

정부, 국제탄소시장에 적극 대비 필요

지난 2009년부터 정부와 산업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수많은 논란을 빚어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오는 2015년 시행될 전망이다. 국회 기후변화대응·녹색성장특별위원회는 지난 8일 전체회의에서 여야합의로 법안을 심의·의결했다.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부는 4월 총선전까지 관련법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해당업체에 온실가스 배출허용량을 설정하고 자체적 감축 외에 배출권 매매 등을 통해서도 감축의무를 달성하도록 하는 시장기능을 활용한 감축제도이다.

배출권거래제에서는 배출권을 하나의 상품으로 간주해 온실가스 감축에 비용이 많이 드는 기업은 감축활동을 하는 대신 시장에서 배출권을 매입하고 감축비용이 낮은 기업들은 남은 배출권을 시장에서 판매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환경부측은 “올해부터 이행되는 목표관리제는 사업장내 직접감축만을 인정하는 경직성이 있어 배출권 구매를 통한 감축 인정 등 시장기능을 허용해 산업계 부담을 완화하고, 국제탄소시장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배출권 거래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법안은 정부안을 대체로 따르면서도 산업계 의견을 일부 반영했다. 과징금 부과의 경우 시장 가격의 3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면서도 톤당 10만원으로 상한 규정을 뒀다. 상한규정이 없던 당초 정부안에 비해 다소 약화된 셈이다.

◆ 선진국도 안하는데 우리만 돌격 앞으로?

사실상 2015년 도입을 앞두고 있지만 산업계는 생산 원가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향후 지속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고 중국 등 신흥개도국과 경쟁을 하는 산업구조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에너지 비용이 원가에 계산돼 있어 기업에는 이미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비용상 유인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인한 과중한 비용부담은 국내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이나 외국인 투자기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국내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산업계를 대표해 배출권거래도입에 지속적인 반대의사를 표하고 있는 전경련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에너지 사용을 제한해 신규투자 장애와 이로 인한 일자리 창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우리나라 경제 역시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기업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는 국민 경제 피해발생에 대한 분석결과도 제시하지 못하고 산업계 우려가 과장됐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경련은 지난해말 교토의정서 체제가 사실상 와해됐기 때문에 2020년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가 확정되기 전까지 도입을 유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제 17차 유엔기후변화총회 결과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4위 러시아, 5위 일본, 8위 캐나다는 교토의정서 제2차 공약기간 참여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0%를 차지하는 상위 국가들(중국, 미국, 인도)이 모두 불참하게 됐다.

17차 총회에서는 2020년 이후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세계 1위부터 5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7%를 차지하는 국가들도 국익을 고려해 감축목표 설정을 주저하는데 1.7% 수준인 우리나라가 가장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 선제적 대응 아냐… 녹색 일자리 창출도 기대

이같은 산업계 주장에 대해 녹색위는 EU 31개국과 뉴질랜드에서는 이미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며 호주에서는 올해 7월부터 시행 예정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앞서 시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녹색위에 따르면 미국은 동부 10개(RGGI)에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운영 중이며, 우리와 GDP 규모 등이 유사한 캘리포니아주는 2012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일본 역시 지역단위로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 중이며 올해 10월부터 현행 석유·석탄세에 전 화석연료를 과세원으로 CO2배출량에 따른 세율을 추가할 예정이다.

녹색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은 지역단위 거래제를 도입했고 이미 국내적으로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경쟁국이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산업계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호주의 사례를 볼 때 미국과 일본 역시 정치상황이 변경되면 단기간에 전국 단위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는 지난 2010년 야당의 반대로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연기했으나 지난해 녹색당과 연정을 통해 관련법이 통과된 바 있다.

또한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오히려 녹색기술개발과 투자를 촉진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녹색위 관계자는 “녹색기술이 새로운 그린오션으로 떠오르는 탄소시장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며 “유럽도 도입 후 산업경쟁력 약화 없이 효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안에서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GDP 감소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수입을 다시 환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녹색위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비용부담이 예상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금융·세제상의 지원 또는 보조금 지급 등을 지원할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