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교수신문이 올 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을 선정했다.

엄이도종은 중국 진나라 승상 여불위가 만든 우화집 ‘여씨춘추’에서 유래된 말이다.

춘추시대 범씨가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했는데 범씨 집안의 좋은 종을 훔치려던 도둑이 너무 큰 종을 가져갈 수 없자 그 종을 깨뜨려서 가져가기 위해 자기 귀를 틀어 막은데서 유래된 우화다.

큰 종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릴 것을 생각하지 않은 채 자신의 귀만 틀어 막으면 그 뿐이라는 우매함을 지적하는 말인데 ‘소통의 부재’, ‘남의 비난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음’을 의미한다.

올 한 해 정치권의 독단을 풍자하는 이 사자성어는 에너지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정책 기조속에서 에너지업계는 미래를 준비하고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데 여념이 없는 한 해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장점만 지나치게 부각시키는데 치우쳤고 경쟁자의 조언이나 입장을 무시하거나 깎아 내리는데 몰두하는 모습이 적지 않게 연출됐다.

환경친화 자동차 분야에서 클린디젤과 CNG의 대립은 각자가 환경 친화적 배출가스의 우수성만 강조하고 상대편 연구 결과의 오류를 부각시키는데 열을 올렸다.

지역난방과 개별난방간 효율성 논란을 두고는 이해 당사자간 각각의 연구 데이터를 내세우며 서로의 장점만 주장하고 상대의 연구 결과에 귀를 닫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LNG-LPG 균형 발전 방안 연구 결과를 놓고도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의 오류를 지적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방향이나 원전 확대의 위험성 논란을 놓고는 환경 시민단체와 정부, 산업계 등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만 키우고 있다.

기름값을 내리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알뜰주유소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는 생존권을 걱정해야 하는 수 많은 영세 주유소 사업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내 귀만 막으면 종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소통과 합의를 거부하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정책의 향방은 각각의 에너지 사업자에게는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국가에너지 안보, 안전을 담보하는 원칙이 되기도 한다.

그런 만큼 보다 합리적이고 서로가 공감할 수 있으며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충분한 소통과 절차가 필요하다.

소통 부재와 독단적인 의사 결정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귀를 닫은 대가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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