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서민용 연료인 등유 세금이 끝없이 오르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세제개편에 착수한 2001년 136원에 불과하던 등유 세금은 현재 262원으로 약 2배 가까이 인상됐다.

고유가까지 겹쳐 최근의 보일러등유 평균 소비자가격은 리터당 820원대를 기록하며 97년 1월의 휘발유값과 비슷한 수준을 형성중이다.

그 이유를 들여다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경유 세금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값싼 등유가 경유 대용으로 불법 사용되고 세금 탈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정부는 등유 세금인상으로 풀기로 했다.

등유 세금을 인상시켜 경유와 가격차이가 좁혀지면 연료사용자들이 등유를 경유로 불법 전용할 의욕이 없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참으로 손쉬운 조세행정의 일면이다.

세제개편으로 세금이 꾸준히 오르게 된 경유와 LPG를 생계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LPG를 사용하는 택시사업자들에게 세금 인상분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2차 세제개편으로 경유 세금이 추가로 인상되는 것이 확정되면서 트럭 등 경유사용 운전자들은 파업을 예고하는 등 정부를 압박중에 있다.

그렇다면 등유 소비자들은 어떤가.

대도시는 물론 왠만한 중소도시에서도 이제는 환경친화적이고 이용이 편리한 도시가스를 안방에 가만히 앉아 값싸게 이용하고 있다.

도시가스 배관망이 연결되지 않은 낙후된 지역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세금인상으로 값이 오를 대로 오른 등유를 사용하고 있다.

200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도시가스를 주로 사용하는 대도시 지역 거주자들의 월평균소득은 294만원이었던데 반해 등유가 주종 연료인 농가 소득은 224만원을 기록했다.

동절기 월평균 난방비는 도시가스가 13만원, 등유는 22만원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농가의 연료비용이 도시가구에 비해 더 높은 이른바 소득역진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등유 소비자들이 배달비라도 아끼려면 직접 말통을 들고 주유소에서 사오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도 여의치 않으면 장작을 패거나 70∼80년대처럼 연탄을 사용해야 한다.

보일러생산사들은 잇따라 화목(火木)보일러를 출시중에 있다.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오르는 등유값을 견디지 못한 소비자들이 등유 대신 연탄을 사용하는 경우는 실제로 늘고 있다.

산자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12월까지의 연탄소비량은 총 77만5천2백85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7.7%가 늘어 났다.

연탄소비량 급증 추세는 서울보다는 영세한 지방쪽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택시나 화물운전자들은 연료가 수익창출수단으로 필요하지만 서민들에게 등유는 혹한기 방 한칸 데워 온기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생명의 유지 수단중 하나다.

'쌀'과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정부의 행정편의적인 조세행정이 서민들의 난방수요를 연탄이나 폐목으로 바꿀 지경인데도 2차 세제개편에서는 또다시 등유 관련 세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역시 등유가 경유로 불법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오죽했으면 석유업계 스스로가 돈을 들여 등유의 불법 전용을 막기 위한 다양한 선진 외국의 사례를 연구하고 정부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편하자면 끝이 없다.

정부가 고민하지 않고 수고를 겁낸 결과 등유는 서민들이 사용하기 비싼 연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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