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효 기자
지난 지경부 마지막 국감에서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은 장차관과 한전 및 발전사 고위관계자들에게 하나의 공식이 적힌 패널을 들어 보였다. 공식은 공급전력과 주파수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직접 공식을 설명한 뒤 "이 공식을 아는 사람이 있느냐, 아마 한전 사장님은 모를 거다"라고 가시 돋친 말을 던졌다.

9월 발생한 사상 초유의 전국 순환정전 사태가 비전문성 인사로 인한 인재(人災)로 판명 난 가운데 정부가 한전 신임사장으로 건설사 사장을 임명한 낙하산 인사를 비꼰 것이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민간은 물론이고 공기업에게도 전문적 지식을 갖춘 경영진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에너지공기업의 임원진을 보면 과연 이 분들이 업무수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대표적으로 가스기술공사가 그렇다. 가스기술공사는 사장을 포함해 총 8명의 임원이 있다. 그중 가스공사 출신 3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임원들은 가스기술과 전혀 무관한 이력을 보유한 소위 낙하산 인사다.

지난 6월 취임해 2014년까지 임기를 맡는 강기창 사장은 대학원까지 행정학을 전공했고 주요 이력도 행정부, 중앙인사위, 소청심사위, 강원도 행정부지사 등 줄곧 행정 분야에서만 일했다. 감사,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등 나머지 4명은 민주평통과 대통령인수위 출신이다.

물론 강 사장이 가스기술공사의 행정은 잘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현재 가스기술공사에 필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정체된 국내시장을 넘어 척박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할 당면과제를 안고 있는 가스기술공사로서는 CEO의 전문성 진취성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정부는 대거의 낙하산을 내려 보냈다.

당연히 내부 반발은 거세다.

가스기술공사 노조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도 낙하산은 있었지만 최소한 관련부처 출신은 내려 보냈는데 이번 정권은 그런 것도 없이 전혀 무관한 곳의 인사를 보내고 있다”고 통탄했다.

“낙하산 인사가 임명된 초기에는 반발도 해봤지만 정부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포기하고 지금은 그저 조용히 있다가 나가길 바랄 뿐”이라는 그의 말에서는 뭔가 커다란 상실감마저 느껴졌다.

최근 잇따라 열린 에너지 국제포럼에서 향후 세계 천연가스시장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가스기술공사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크게 성장할 수 있기를 업계 모두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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