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에너지 공기업 국감이 국회에서 열리면서 모처럼 여의도에 홍보직원들이 모두 모였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는데 한 기관의 홍보담당이 보이지 않았다.

동료 직원에 "왜 안 왔냐"고 물어보니 사직하고 대우가 더 좋은 민간기업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다. 평소 일처리가 깔끔하고 영어도 능숙해 기자들 사이에서 평이 좋았는데 그만뒀다는 얘기를 들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가스공사 노조는 지경부 국감이 있던 지난 19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 내용은 신입사원 초임을 정상화하라는 것.

노조에 따르면 2009년부터 입사한 가스공사 신입사원은 임금이 기존 대비 12% 삭감돼 현재 2000만원 중반대를 받고 있다. 신입사원 초임 삭감은 가스공사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전체에서 행해지고 있다.

정부는 2009년부터 공공기관 신입사원의 초임을 삭감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유는 공공기관의 초임이 너무 많아 우수인재가 중소기업으로 가지 않으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절약한 임금비용으로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해 고용창출을 하라고 했다.

그렇다면 정책을 시행한 지 3년째인 현재 과연 효과를 보고 있을까? 실효성을 묻는 질문에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코웃음부터 친다. 애초 예상처럼 효과는 전혀 없고 오히려 있던 인재들마저 빠져 나간다고 한탄만 늘어놓았다.

한 공공기관 노조 관계자는 "공공기관 신입 초임을 삭감한다고 인재들이 중소기업으로 갈 것으로 생각한 정부의 발상 자체가 단순 무지하다"며 "회사 경영진들도 이런 생각에 공감하고 있지만 기관장 경영평가에 관련 평가항목이 있어 계속 행해지고 있다"고 불만을 쏟았다.

최근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해외사업 비중을 늘리면서 영어숙련자는 물론 해당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유능한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동종 민간업계 대비 임금 등 지원 수준이 떨어져 우수인재를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결국 해외 경쟁력 약화로 귀결되기 때문에 빈대 잡으려다 집 태우는 꼴과 같다.

다행히 최근 한나라당과 정부는 공공기관 신입사원 초임 정상화에 합의하고 곧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정식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 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미흡한 면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책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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