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김명술 회장
소비자 물가가 장기간 고공진행을 하는 바람에 정유사와 주유소가 폭리기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물가고에 시달리고 있는 소비자들의 고유가에 대한 불만은 폭리 여부를 떠나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유가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온 정부가 고유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책임을 정유사와 주유소에 떠넘기려는 행태는 이해할 수 없다.

고유가에 대한 원인은 첫 번째가 천정부지로 뛰는 국제유가 때문이고 두번째는 정부가 국민들의 석유소비 절약을 유도하겠다며 수년간 고유가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내에 한해 20조원이 넘는 유류세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발상이 숨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데도 대통령이 나서 ‘주유소의 기름값이 묘하다’고 지적하고 있고 에너지세제개편을 추진해 고유가의 원인을 제공한 기획재정부 장·차관이 나서서 “유가를 올릴 때는 신속하고 내릴 때는 더디다”며 정유사와 주유소를 비난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해 고심하며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는데도 효과가 없으니 소비자 물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석유제품 가격이 인하되기를 바라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소비자물가는 수요와 공급, 가격 변동 요인 등으로 자연스럽게 해결해야 할 정책 과제이지 국가 기간 산업이나 다름없는 정유사와 주유소를 흔들어서 가격인하를 유도해 보려는 것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대한석유공사(현 SK에너지)로 시작된 우리 석유산업은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척박한 환경에서 석유의 안정적 공급 사명을 다해 경제 발전에 초석이었음을 정부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석유산업은 최근 수년 동안 석유수출로 무역수지 흑자기조에 큰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석유수입국에서 석유수출국으로 국가 위상을 높였다.

1999년 55억불 수출로 수출길이 열린 석유수출은 올 상반기 수출실적이 244억불로 선박, 반도체 다음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는 이제 국가의 수출효자 품목으로 성장해 유망한 수출 품목인 자동차를 추월할 정도다.

이처럼 우리 정유사들이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간단하다.

정부가 규제로 일관해오던 빗장을 풀고 1997년 1윌부터 석유가격 고시제를 폐지하고 가격자유화를 실시해 석유산업 경영환경에 활력을 불어넣은 때문이었다.

규제가 폐지되자 규제에 억눌려 잠자고 있던 성장잠재력이 깨어나면서 정유산업은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단순 내수 정제 산업에서 수출 주도 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03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정유사들은 탈황공정, 알킬화공정, MTBE, 고도화 시설, 기타 품질향상 시설 등에 6조4192억원을 쏟아 부어 시설 투자를 했다.

◆고유가의 약과 독

지금 정부는 치솟는 물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국민들의 생필품 가격은 널뛰기 장세여서 서민들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생필품 중 하나인 석유제품가격 상승은 정부의 물가관리에도 적지 않은 장애요인이 틀림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석유소비 6위에 랭크되어 있을 정도로 석유 다소비 국가다.

정부는 경유와 LPG 연료간 적정 비중을 맞추겠다는 이유로 2002년 이후부터 두 차례에 걸친 에너지세제개편을 단행했는데 그 결과는 세수지향적인 방향으로 흘러 수조원대의 유류세 증세 효과를 거뒀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승용차 억제 정책에 동의한 사실을 상기해 본다.

승용차 억제를 위해 4대문 안 진입차량에는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고 주차불편을 가중시키기 위해 빌딩 주차 면적을 감소시키는 정책을 개발했었다.

그 당시 정부의 구상도 그랬고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도 고유가 처방이 석유소비 절약 정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MB정부는 지금의 고유가 체제는 당연하다고 설명하고 고유가에 대한 인내심을 발휘해 주도록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는 고유가의 원인을 정유사나 주유소가 폭리를 하는 것처럼 의혹의 눈초리를 공개적으로 보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해 정유사를 흔드는 제스처도 이제는 중지하기 바란다.

고유가는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는 경제 원리를 믿어야 한다.

억지로 석유가격을 깎아내리는 행위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왔던 석유절약정책을 뒷걸음질 치게 할 것이다.

MB가 2008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엄숙하게 밝혔던 ‘2020년 까지는 세계 7대 녹색 강국으로 진입하겠다’는 녹색성장 국가 전략도 후퇴하게 될 것이다.

국민을 향해 추진했던 석유소비절약 정책이나 녹색강국이 되겠다는 꿈보다 물가안정이 더 소중하다면 유류세를 인하하면 된다.

지금이 고유가 상황에서 약(藥)과 독(毒)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할 때이다.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란 경제 원리가 왠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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