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환경부 유영숙 장관은 지난 17일 정유업계 CEO들을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행사의 명칭도 거창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성장을 위한 환경부 장관 - 정유업계 CEO 간담회’라는 주제로 열린 것인데 유영숙 장관은 정유업계에 연료 품질 개선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료의 품질은 수송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환경부 스스로는 환경 개선에 역행하는 아이디어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외국산 석유제품을 수입하기 위해 환경품질기준 완화의 타당성을 검토 중인 것이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석유산업의 경쟁 촉진을 강도 높게 주문하며 석유수입 활성화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는 마당에 환경부가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는 점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수십여년간 일관되게 유지되어 온 환경개선 정책의 기조까지 흔들어 가면서 높은 곳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석유제품의 환경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석유업계에 부담을 강요하면서 환경부가 주도해 환경품질기준을 꾸준히 상향해온 결과다.

심지어 환경부는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석유제품의 환경품질기준을 상대 평가한 자료까지 공개하고 있다.

환경부가 설정한 법정 기준이 충족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유사 스스로가 더 높은 환경품질 투자와 R&D에 나서도록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환경 품질 상대평가 자료를 공개한 것이 바로 환경부다.

이와 관련해서 정유사들이 지난 2003년 이후 최근까지 시설고도화와 환경품질개선에 투자한 금액만 6조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그 결과 정유사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갖춰 생산물량의 50% 이상을 외국에 수출하며 무역 수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상반기 정유사가 생산하는 석유제품의 환경품질기준 분석 자료를 공개하면서 환경품질기준이 낮춰질 경우 예상되는 폐해도 친절하게 소개했다.

방향족 화합물 기준이 낮춰지면 연료가 불완전 연소되면서 유해물질 생성의 가능성이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증가한다.

발암성 물질인 벤젠은 장시간 노출될 경우 빈혈, 백혈병의 위험을 안고 있다.

올렌핀은 배출가스중 오존형성물질과 유해 물질 배출을 증가시킨다.

황 함량이 늘어나면 자동차의 촉매장치에 피독작용을 일으켜 내구성을 저하시킨다.

이 같은 유해 배출 물질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 일관되게 자동차 연료의 환경품질기준을 상향 조정해왔던 것인데 이 기준을 낮춰 석유수입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하게 된다면 환경부는 어떤 명분과 논리를 내세울 수 있을 것인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저질 석유제품을 수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국민의 보건과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는 환경품질기준을 낮추겠다는 발상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더 이상의 논의가 진행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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