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석유수입사에 대한 비축 의무 폐지가 추진된다.

석유수입사는 당초 연간 내수 판매량의 40일분에 해당되는 석유를 의무적으로 비축해야 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 차원에서 석유수입사에 대해서만 30일분으로 낮췄고 이번에는 아예 비축의무를 없애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민간 석유사업자들에게 비축 의무를 부여하는 배경은 석유 수급과 가격 안정이 목적이다.

그 대상에는 정제업자와 석유수출입업자 모두 포함되어 있다.

에너지 공기업인 석유공사와 더불어 내수 시장에서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민간 사업자 역시 에너지 안보와 관련한 기본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취지인데 유독 석유수입사에 대해서만 비축 의무를 없애겠다고 한다.

석유수입사 비축 의무를 없애면 석유 재고 확보에 대한 비용 부담이 줄어 들어 그만큼의 수입 석유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인데 여러 측면에서 비난을 사고 있다.

이번 석유수입사 비축 의무 폐지 과정에서는 유독 LPG 수입사는 제외됐다.

휘발유나 경유와 마찬가지로 LPG 역시 서민연료로 물가 안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LPG수입사에 대한 비축의무 완화나 폐지 역시 같이 검토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서는 LPG 수입사에 대한 비축 의무 폐지가 제외됐으니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휘발유나 경유 같은 석유제품의 수입을 장려하기 위해 해당 업체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괜찮고 LPG는 안된다는 것은 어떤 논리에서 착안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부가 정책의 우선 순위를 어떻게 설정되는가도 의심스럽다.

에너지 안보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 우선인지 비축의무를 폐지시켜 대규모 장치산업인 정유사들을 제치고 석유수입을 장려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삼척동자에게 물어봐도 아는 사실이다.

EU가입국들은 물론 OECD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사관세제도를 채택해 원료인 원유와 완제품인 석유제품간 차등적인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내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유독 석유 수입을 장려하기 위해 원유와 석유간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중이고 한 술 더 떠 에너지 안보 마져 포기하려 하고 있다.

최근에는 휘발유와 경유 등의 환경 품질 기준 완화도 추진중이다.

석유산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기환경 보존과 온실가스 감축을 명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 환경 품질기준을 설정하고 그 평가 결과까지 소비자에게 공개해 왔는데 이제는 우리나라의 석유 환경 품질이 지나치게 높아 석유 수입이 어렵다며 그 기준을 낮추려고 하고 있으니 누가 봐도 코미디요 넌센스로 손가락질 받을 만 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정유사들은 정부의 에너지 안보 의무에 충실하게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저장시설과 재고 비용을 떠안고 있다.

환경품질기준이 강화되면서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 석유제품의 환경성능을 높였고 환경부 발표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 품질을 기록중이다.

하지만 석유 수입을 장려하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간 정부가 강력하게 주도했던 다양한 정책들을 스스로 뒤집고 있고 정부 정책에 순응해 투자와 R&D에 열중한 민간 기업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추진된 수많은 수입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휘발유는 단 한 방울도 수입되지 못했고 나머지 석유제품의 내수 기여도는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에너지자원빈국에서 사업하는 국내 정유사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석유제품의 5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면서 국가 무역수지에 기여하고 있는데 정부가 앞장서 석유 수입을 장려하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이상한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실용정부 들어 끊임없이 석유 수입 활성화 정책을 펴왔지만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대표적 물가 지표인 휘발유 가격 안정에 실패하자 정부 스스로가 일종의 강박장애나 공황장애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제는 진지하게 귀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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