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일반 주유소에 비해 기름값이 크게 낮은 ‘사회적 기업형 대안 주유소’를 정부가 도입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기름물가 잡는데 선봉에 서있는 지식경제부는 최근 ‘대안 주유소’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공익단체와 공공기관, 대기업, 소상공인 공동출자 등 공익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주체들이 주유소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안주유소는 공공주차장 등 국·공유지, 대단지 아파트 조성을 위한 공영 개발 택지 등을 활용해 초기투자비를 낮추게 된다.

이 곳에는 석유공사와 같은 대형 공기업이 싱가포르 등의 국제시장에서 석유제품을 대량 구매해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공급하게 된다.

또한 사은품, 세차 등의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는 등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한다.

주유소 형태는 셀프주유 방식으로 운영하고 필요인력은 주변 지역의 노인과 주부 등 유휴 인력을 고용해 일자리 창출도 도모하게 된다.

대안 주유소 참여업체에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 등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강구한다.

또 대안 주유소를 장기적으로 전체 주유소의 10% 수준까지 확대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거품을 빼고 석유공사 같은 공기업이 직접 해외 시장에서 석유를 싼 값에 구매해 공급하겠다고 하니 소비자들은 환영 일색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가 의문이다.

먼저 에너지 공기업인 석유공사라도 국제 시장에서 국내 정유사들보다 더 경쟁력 있는 석유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인가가 회의적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가격경쟁력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의 폭리 등을 감시하도록 설립된 소비자시민모임 산하 석유시장감시단은 지난 해 정례 리포트에서 의미있는 내용을 발표했다.

과거 4년간의 휘발유 가격을 따져 보니 석유제품을 수입할 경우의 공급 가능 가격에 비해 정유사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평균 30~40원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그 배경은 국내 정유사의 공급 부문 경쟁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정이 이런데 제 아무리 석유공사라고 하더라도 정유사보다 더 낮은 가격대에 석유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다.

더구나 원유 시장에 비해 유동성이 제한적인 석유 완제품 시장에서 석유공사가 대량의 석유 구매에 나서게 될 경우 가격이 오히려 급등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석유공사의 정체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석유공사법에 따르면 공사가 석유유통구조 개선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석유공사의 본래 사업 목적은 해외 자원개발로 메이저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지상 명제이고 앞으로도 막대한 자금조달이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석유공사가 석유 수입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역량의 분산과 경영 적자를 초래할 수 있다.

공익적 차원에서 대안주유소 설립을 추진하거나 지원하는 것은 정부가 시장원리에 근거해 작동하는 석유유통산업에 직접 뛰어 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주유소업계의 반발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주유소시장은 전국적으로 1만3000곳에 가까운 업소들이 난립한 포화상태로 출혈적인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회계법인의 분석에 따르면 주유소 업계의 영업 이익률은 3.9%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간 사업자들의 시장에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주유소를 운영해 가격 경쟁을 촉발시키고 심지어 적정 이윤까지 보장하겠다는 발상은 반시장적이고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비난받기에 충분하다.

이번 발표와 관련해 진정으로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인지 또 이 같은 정책이 시장 친화적인 것인지 정부에게 묻고 싶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기름물가를 낮출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희망을 국민에게 심어주면서 속이는 꼴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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