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기름값 인하에 앞장선 SK에너지가 계열 자영 주유소 사업자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정유사중 선도적으로 정부의 기름물가 안정에 호응하며 휘발유와 경유가격을 리터당 100원씩 인하했던 SK에너지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영주유소 사업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선 사정은 이렇다.

정유사중 처음으로 기름값 할인을 발표한 SK에너지는 일선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기름값을 내리지 않고 신용카드 결제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할인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타 정유사들은 계열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가격을 직접 인하하는 방식으로 차별화시키면서 소비자의 주유소 선택과정에서 SK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소외받게 됐다.

실제 기름값 인하효과는 큰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착시 현상 때문에 SK 계열 주유소들의 판매량이 크게 떨어지게 된 것.

SK에너지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값을 직접 인하하지 않으면서 타 정유사 계열 주유소에 비해 더 많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부담한 것도 SK 계열 주유소 사업자들은 문제삼고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기름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1.5%가 부과되고 있는데 SK에너지의 경우 기름값을 직접 인하하지 않으면서 경쟁 정유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소비자가격을 유지했고 그만큼의 카드 수수료를 부담할 수 밖에 없었다.

SK에너지의 브랜드를 신뢰하며 거래했던 주유소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SK에너지의 가격 정책으로 적지 않은 매출 손실을 입은 만큼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경쟁적으로 기름값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 정부의 압박 때문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름값 인하에 따른 수천억원대의 영업손실에 더해 계열 주유소 사업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와 신뢰도 하락이라는 유무형적인 타격까지 감수해야 하는 SK에너지의 처지가 안쓰럽기만 하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기름값을 내리도록 압박한 결과 멀쩡한 민간 기업이 상생 파트너들로부터 소송의 위기에 까지 내몰리는 것을 정부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한 해 20조원이 훌쩍 넘는 유류세는 인하할 생각도 하지 않고 오히려 정유사들이 추가적으로 기름값 인하에 협조할 것으로 직간접적으로 주문하고 압박하고 있다.

현 정권이 출범하면서 내건 경제 기치중 하나가 ‘비즈니스 프랜드리(친 기업)’였는데 적어도 기름 시장에서 만큼은 정권으로부터 석유기업이 압박받고 외면받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잘 알려진 것처럼 정유기업은 단순한 내수 장치 산업을 벗어나 국가 수출 주력 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정유사들이 해외에 판매한 석유 수출액은 총 244억8000만불을 기록했는데 금액 기준으로 선박, 반도체에 이어 3위를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국가 대표 수출 효자 품목인 자동차 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벌어 들였는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원유 전량을 수입해 고도화시설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인 석유제품을 수출하면서 벌어들이는 외화는 자동차나 반도체의 그것 보다 오히려 더 큰 가치를 가졌다고 평가받아도 손색없다.

수천억원대의 영업 손실과 계열 주유소 사업자들로 부터 소송 위기에 처한 SK에너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과연 책임있는 정부인지 또한 정부가 주창했던 ‘비즈니스 프랜들리’의 실제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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