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대학교 권오성 교수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8월 우리나라의 미래 60년 국가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포했고 2009년 2월에 대통령 직속기구인 녹색성장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그리고 2009년 12월, 포스트 교토(Post-Kyoto) 협상을 위한 코펜하겐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국제협상이나 다른 나라의 목표수준과는 독립적으로 2020년에 온실가스를 BAU 대비 30% 감축한다는 목표를 대내외적으로 선언했다.

이러한 새로운 ‘녹색’ 패러다임은 우리에게 환경에 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경제 전반에 걸친 생산 및 소비패턴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에너지세제를 개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에너지세제는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이나 교통혼잡 등의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과 지적을 받아 왔다. 따라서 환경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제3차 에너지세제 개편방안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등의 정부부처나 산․학․연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이뤄 지고 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올해 들어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 민주당 이용섭 의원, 경실련 갈등해소센터 공동주최로 친환경 에너지세제 개편을 위한 연속 기획 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시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에너지는 모든 국민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기서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주제는 우리 모두의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제2차 에너지세제 개편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세제 개편에 대한 논의의 핵심인 동시에 공통점이라면 향후 새로운 탄소세를 도입하거나 환경세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에너지세제를 개편하는 경우 전제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개편원칙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모두 이론적으로 합당하고 또 심정적으로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것인가라는 반문을 스스로 제기하면서 제3차 에너지세제 개편의 투명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생긴다.

예를 들어 친환경 에너지세제 개편에 대한 논의에서 언급되고 있는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는 2012년 말 일몰예정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의 목적세를 폐지하고 보통세로 전환함으로써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세수를 활용하자는 견해이다. 그리고 탄소세 도입이나 에너지세제 개편 시기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일몰시기인 동시에 법인세 감세를 예정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2012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교통세는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의 원활한 확충을 위해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한시적으로 처음 도입됐다가 2003년과 2006년에 각각 3년씩 연장됐고 2007년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로 세목이 변경되면서 2009년에 또 다시 3년간 연장됐다.

이러한 과거 사실을 돌이켜 볼 때 우리나라는 환경보다 성장과 개발에 재원소요의 우선순위가 밀려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잖아도 지금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4대강사업뿐만 아니라 행정도시, 혁신도시, 경제자유구역, 신공항, 과학벨트 등의 건설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고, 더욱이 내년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온갖 개발공약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연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일몰시기 예정대로 폐지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밖에도 친환경 에너지세제 개편의 전제조건 내지 기본원칙에 있어서 새로운 세목(탄소세)의 신설이나 세율조정도 중요하지만 환경에 유해한 기존의 보조금 및 감면제도 폐지가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하고, 수송부문뿐만 아니라 가정, 상업, 산업, 발전 등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예외 없이 에너지세제의 환경세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경쟁력, 소득재분배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예외조항을 폐지하기 어려운 난관에 부닥치거나, 또 다른 예외조항을 만들지 않을 수 없는 모순에 빠진다. 무엇보다도 현재 일반 서민들이 휘발유 등의 에너지제품에 어떤 종류의 세금이 부과되고 무엇을 위해 어떻게 지출되는지조차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고유가 상황을 맞아 단지 ‘유류세 인하’를 통한 소비자가격 하락만을 기대하는 시점에서 에너지세제 개편이 유류가격을 인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더욱 심각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세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무의미한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대안과 절차에 대한 고민과 모색이 필요하다. 결국 에너지세제 개편은 계층별, 집단별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에 경제적 논리에만 의존할 수 없고 국민의견의 수렴과정과 정치적, 정책적 결단이 따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너지세제 개편의 목표와 명분이 처음부터 명확하게 제시되고, 이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통해 정당성이 확보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