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도입시기, 2013년이 적기’
‘탄소세 도입시기, 2013년이 적기’
  • 김혜윤 기자
  • 승인 2011.04.2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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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를수록 재정 부담 줄지만 사회적 합의 필요
에너지세·사회보장은 별개 논의돼야-GBG부사장

 
 

환경친화 세제정책 국제 포럼 열려

배출권거래제 및 탄소세 등 친환경 세제가 효과적으로 도입⦁정착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또 정부가 저탄소 녹생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세입 및 재정지출 구조를 함께 개혁해야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아시아 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및 녹색성장위원회 후원으로 지난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환경 친화적 조세·재정 정책과 녹색성장’ 국제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에는 녹색성장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유럽 전문가 및 국내 전문가 등이 참석해 한국의 친환경 조세 및 재정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나라의 탄소세 도입 시기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폐지되고 개별소비세로 전환되는 2013년이 적기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 탄소세 도입 신중해야, 시점은 개소세 전환 이후

김승래 한림대학교 교수는 “현재 한국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자동차세, 재산세, 에너지원 등에 세제요소를 집어넣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또 조세체계와 예산체계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해 추진 중인데 이는 탄소세의 동력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세 도입시기와 관련해 김 교수는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일몰이 예정된 2012년 이후 보통세금으로 전환되는 시점인 2013년 정도가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환경비용을 에너지 세제에 내재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탄소세 등 친환경 세제 도입을 1년 미룰 경우 GDP의 0.4%에 달하는 부담이 향후 제도 도입 시 전가될 수 있다며 탄소세 도입이 빠를수록 국가 재정부담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다만 그는 “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조세저항 등을 고려할 때 도입초기에는 GDP 0.1% 정도(1조원)로 부과해 세 부담 주체들이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둬야 한다"며 탄소세의 단계적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녹색성장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폴 에킨슨(Paul Ekins) UCL(University College London) 교수는 "한국이 2013년 탄소세를 도입해야 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한국이 온실가스 30% 감축목표로 추진 중인 배출권거래제도 이와 같이 병행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탄소세 등 환경 친화적 세제와 관련 기술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덧붙였다.

탄소세 도입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NGO 등 민간단체들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얀셀 귈(Anselm Gorres) GBG(Green Budget Germany)사장은 "한국은 2020년 온실가스 30%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이지만 정부 주도의 탑다운 방식이 주도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라며 "녹색성장 정책이 파급력을 갖기 위해서는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이 슐레겔밀히(Kai Schlegelmilch) GBG부사장도 “독일의 환경재정·조세정책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는 NGO 등 민간단체에서 환경오염 문제를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삼고 시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녹색성장이 현실화되고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친환경 세제개편과 사회보장제도가 분리돼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 에너지세 개편시 사회적 배려 방안 놓고는 이견

조세연구원 전병목 기획조정실장은 "기본적으로 탄소세 등 친환경 세제 도입과 이론적 타당성은 합의를 이룬 분위기"라며 "다만 수송용 유류, 산업용 전기, 농업용 면세유 등에 대한 과세 특례 구조를 가진 현행 법 체계상 실질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부분에 대한 조정 없이 탄소세를 부과한다는 논리는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장·단기적으로 환경세제 도입으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계층들의 여건을 고려해 제도의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이 슐레겔밀히 GBG부사장은 “한국은 친환경 세제 도입을 논의할 때 꼭 사회적 약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논의하는데 이럴 경우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시킬 수 없다”며 “에너지가격 정책과 사회보장제도는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색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세입 및 재정지출 구조도 함께 개혁해야 된다는 정책방향도 제시됐다.

김상협 대통령실 녹색성장환경비서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기존 화석연료 시대에 기반한 세제와 재정지출구조를 저탄소 경제사회로의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비서관은 "현재 한국은 환경오염감소와 에너지 소비절약을 목표로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등 화석 에너지에 대해 과세 중이며 특히 수송용인 휘발유, 경유 등에 대해서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고율로 과세하고 있지만 유종간 사회적 비용이 세율구조에 적절히 반영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 "유류세 세수의 압도적 비중이 도로건설에 투입돼 녹색성장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자주 제기됐다"며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점진적으로 철도 등 친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지출구조를 변경시켜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포럼에서는 자동차, 석유 등 고탄소 배출사업에 대한 현행 과세특례를 점진적으로 줄일 필요성이 있으며, 특히 유류세 및 이에 수반되는 보조금 등은 녹색정책방향에 역행하고 있는 제도들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스테판 스픽(Stefan Speck) 유럽환경청(European Enviorment Agency)는 '녹색경제와 환경친화적 재정개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각 국의 세제개혁 사례를 들면서 세입구조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환경세는 외부 비효율성에 대한 과세 차원으로 세수가 증대되는 동시에 환경차원의 혁신도 가능하다"며 "세제와 성장을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OECD 등 주요국 사례로 볼 때도 재산세, 환경세, 소비세 등은 성장에 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탄소세 도입 및 환경세제 강화는 지속가능한 성장정책 방향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지난 2009, 2010년 예산구조를 볼 때 환경세를 도입한 이후 총 세수에서 소득세 부담이 1.7% 정도 완화됐다"며 "아일랜드, 그리스 등 금융위기로 타격을 많이 입은 국가들도 환경세를 도입하거나 관련 세율을 높여 재정건전성 회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