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기름물가를 염려한 정부가 애꿎은 정유사의 팔목을 비틀었든 아니면 사회와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차원에서 정유사 자발적으로 결정했든 민간 기업이 스스로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기름값을 내리겠다고 결정한 것은 칭찬받을만한 일이 분명하다.
올해 초 서민 연료인 난방 등유 가격을 인하하면서 물가 안정에 동참했던 정유업계가 또 다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무려 3개월 동안 리터당 100원씩 내리겠다고 선언하는 파격은 하지만 오히려 정유사와 주유소에  돌팔매로  되돌아 오고 있으니 ‘실컷 선심 쓰고 뺨맞는 격’이 되고 있다.
정부와 언론, 소비자들은 정유사가 약속한 리터당 100원의 기름값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며 연일 석유업계를 공격하고 있다.
특히 주유소에 대한 비난이 거칠다.
정유사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전달하겠다던 기름값 인하 혜택을 주유소 단계에서 챙겨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유소업계는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는데 사정을 듣고 보면 그럴만도 하다.
지난 7일의 정유사 기름값 인하 결정은 정부와의 사전 조율을 거친 흔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정작 주유소 사업자들은 언론 등을 통해 인지했다.
물론 기름값 인하를 소매 사업자들에게 미리 상의하고 통보했다면 일선 주유소 사업자들이 기름 구매 시점을 늦추면서 정유사 재고 관리 등에서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기름 구매가 몰리는 3월말, 주유소 사업자들이 잔뜩 재고를 확보한 상황에서 정유사 일방적으로 기름 가격을 내리겠다고 소비자에게 선언한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주유소 사업자의 호응을 받을 수 없다.
재고가 소진된 이후 주유소들이 정유사로부터 구매하는 석유 가격은 그 사이 추가 인상된 국제석유가격 변동 요인이 반영되면서 소비자기대 수준을 또 다시 맞출 수 없게 됐다.
소비자 뇌리에는 지난 7일 기름 가격 대비 항상 리터당 100원씩을 깎아 주도록 인식되어 있다.
국제 석유 가격이 인상되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내수 석유 가격도 같이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소비자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름값을 파격적으로 내린 정유사는 물론 주유소가 특히 소비자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유소 사업자 단체인 주유소협회는 주유소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오해를 해명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최근 발표하면서 정유사 단계 기름값 인하 방식의 일원화도 같이 요구하고 있다.
SK에너지의 경우 시중 기름값을 직접적으로 내리지 않으면서 카드나 현금 구매 단계에서 일률적으로 리터당 100원을 할인해주거나 보너스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타 정유사들은 일선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값에 직접 할인 분을 적용시키고 있다.
가격 할인 방식이 정유사마다 달라 소비자들은 시중 기름값 인하 효과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정유사들이 리터당 100원이라는 명시적인 금액을 정해놓고 기름값을 할인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만큼 SK에너지처럼 소비자가격 변동 요인을 원칙대로 반영하되 카드 결제 과정 등에서 할인되는 방식을 공통적으로 채택하는 것이 시장의 오해와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앞서  아직도 유류세 인하에 입을 다문 정부의 정책 변화가 더욱 절실하다.
한 소비자 단체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국제 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추가로 부담한 유류세가 리터당 무려 30원에 달한다.
노력없이 앉아서 국고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민간 기업들이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기름값을 파격적으로 인하하면서 오히려 곤혹을 치르고 있는 사이 정부는 뒷짐 지고 배만 불리고 있으니 과연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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